국내 태권도계 내분의 불씨가 됐던 판정 시비가 제15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도 불거지면서 매트를 얼룩지게 하고 있다.

국제 무대에서의 태권도 판정 시비는 그동안 많이 노출되지 않았으나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면서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3일 남자부 페더급 8강전으로 벌어진 한(미국)-베니테즈(도미니카)의 경기는 경고 6회를 받아 6-4로 앞서던 베니테즈의 실격패로 끝나자 도미니카측이 소청을 제기했고, 소청심사위는 심사결과 도미니카측의 손을 들어줘 경기 결과가 번복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과 번복에 대해 다시 강력히 연맹측에 항의하던 미국측 사범은 베니테즈-파샤예프(아제르바이잔)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중에 매트에 뛰어들어가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미국측이 소청심사 결과를 수용, 사태가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해당 경기의 주심에게는 1년 자격정지의 징계가 내려졌고 주최측인 세계태권도연맹의 권위에도 커다란 흠집이 남게 됐다.

2일 판정 시비가 불거진 로페즈(미국)-고라미아데(이란), 토순(터키)-정재은(한국체대)의 경기도 점수상으로는 1점 차로 승패가 명백했지만, 문제는 난타전으로 진행되는 경기에서 어느 선수의 공격은 무효, 또 다른 선수의 가격은 유효라는 판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급기야 4일 경기장에는 “한국 마피아(?)들이 태권도를 죽이고 있다”는 내용의 영문 유인물이 나돌고 있다. 유인물에서는 “왜 한국 선수의 경기에는 거의 같은 심판이 나오고 있느냐”며 세계연맹과 심판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달 31일 총회에서 경기규칙을 개정, 태권도 세계화의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 세계연맹이 각국의 의견을 수렴, 판정 시비를 없앨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특별취재반>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