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성남시 행사 주최 놓고 진실공방 '가열'
사고 5일째…희생자 16명·과기원 직원 발인 모두 엄수

▲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가 사고 현장의 덮개를 지탱하고 있던 받침대(지지대)에 대한 하중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21일 덮개 받침대(지지대) 하중실험을 끝으로 현장감식을 완료했다. 
 
이날까지 관련자 30여명의 참고인 조사를 끝낸 경찰은 행사 관계자 등에 대한 계좌추적에 착수, 행사에 자금이 어떻게 지원됐는지 등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행사 '공동 주최자' 자격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이데일리와 성남시 간 공방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사고 5일째를 맞은 이날 자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오모(37) 과장과 사고 희생자 16명의 발인이 모두 완료됐다.
 
◇ 국과수, 덮개 받침대 하중실험 결과 24일 통보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사고 현장에서 덮개를 지탱하고 있던 받침대에 대한 하중 실험을 실시했다.
 
경찰은 오후 2시 크레인 1대를 동원, 사고현장에 남은 받침대 1개(일자형)를 도르래에 연결한 뒤 아래쪽으로 잡아당겨 하중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확인했다.
 
국과수는 이 받침대가 사고 당시 한차례 과도한 압력을 받아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하중값을 감가상각해 산출하기로 했다.
 
받침대는 크레인이 압력을 가하자 4분여 만에 'V'자로 휘어졌다.
 
국과수는 받침대에 가해진 힘의 크기와 시간을 토대로 받침대가 견딜 수 있는 하중을 계산하고 철제 덮개의 무게와 강도 등을 더해 종합적인 분석 결과를 24일까지 경찰에 통보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받침대 하중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정상적으로 시공됐을 때 받침대가 통상적으로 견딜 수 있는 하중이 어느 정도인지 감정, 부실시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실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풍구 시공 기준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서로 다른 입장이다. 
 
국토부는 건축구조기준의 활하중 관련 항목에 '(기준에) 규정되지 않은 용도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활하중을 산정해야 하며 산정근거를 명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을 근거로 지붕 활하중(100㎏/㎡)을 대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포스코건설은 관련 기준에 환풍구에 대해 명시된 내용이 없는 만큼 만족해야 할 활하중 기준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경찰은 이데일리, 행사 하청업체 플랜박스, 경기과기원, 성남시청 등 행사 관계자와 건물 시공사, 환풍구 시공 하청업체를 포함한 시설 관련자 등 모두 30여 명을 소환, 조사했다. 
 
이 중 일부에 대해선 개인과 기관 법인 계좌 등에 대한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도 병행하고 있다. 
 
자금 흐름을 토대로 행사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분석할 방침이다. 
 
현재 경찰이 조사하는 내용은 행사 안전관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사고가 난 시설물을 누가, 어떻게 관리했는지, 시공은 설계대로 된 것인지 등이다.
 
◇ 이데일리-성남시 주최자 진실공방 '가열'
 
행사비 지원을 약속받았다는 이데일리와 축제와 관계없다고 선을 긋는 성남시간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데일리측은 성남시장 비서실장을 여러차례 만나 '공동으로 문화행사를 개최하자'고 제의했고, 이 과정에서 예산지원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데일리 관계자는 "협의 과정에서 시측이 행사비 지원은 '주최자'가 아니면 어렵다고 했다"며 "당장은 예산이 없으니 추경예산 편성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추경예산 심의가 끝난 9월 말 시장 비서실장으로부터 '예산이 확보됐으나 규모는 미정'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는 행사 지원을 약속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언론사에 예산지원을 담당하는 성남시 공보담당관실은 시의회 심의를 거쳐 지난달 중순 추경예산 2억4천여만원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사고 이틀 전인 15일 일반 시정광고 명목으로 1천100만원짜리 이데일리 홈페이지 배너광고를 언론재단에 의뢰했다. 
 
성남시는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이데일리는 허위주장을 펴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거듭 반박했다. 
 
시는 "행사를 지원해달라는 이데일리 요구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상호 협의가 있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시는 21일 언론재단에 이데일리 홈페이지 배너 광고 집행 의뢰를 취소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 '사고 5일 만에'…희생자 16명 장례 완료
 
이날 경기지역 병원 장례식장 4곳에서는 사고 희생자 9명의 발인이 엄수됐다.
 
분당제생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희생자 정모(47), 권모(46·여)씨 부부 빈소에선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를 잃은 세남매의 모습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인들 사이에서 금실 좋기로 소문난 이들 부부는 분당메모리얼파크에서 함께 영면했다.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기러기 아빠' 이모(45)씨가 중국으로 유학 보낸 두 아들 품에서 마지막 길을 떠났다.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인 두 아들은 아버지의 영정과 위패를 나눠 들고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이날 정씨 부부를 비롯, 9명의 발인이 엄수되면서 이번 추락사고 희생자 16명의 장례는 모두 마무리됐다. 
 
판교 축제에서 안전대책을 계획했다가 사고 다음날 자책감에 목숨을 끊은 과기원 오 과장의 영결식도 삼성서울병원에서 엄수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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