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선희(염정아)는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상부의 지시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서 얻은 성과다. 
 
싱글맘 혜미(문정희), 수십 년간 청소를 하던 순례(김영애), 원서만 내면 떨어지는 대졸자 미진(천우희) 등과 함께 일하는 선희는 정규직이라는 꿈에 부풀어 아들 태영(도경수)에게 휴대전화를 바꿔주겠다고 덜커덕 약속한다.
 
그러나 회사 측은 용역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직접 고용을 회피하고, 그에 따라 선희의 정규직 전환도 물거품이 된다. 용역업체로 가지 않으면 당장 거리에 나앉게 된 마트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카트'는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여러 각도에서 조망한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선희는 아이들에게 큰 신경을 쓰지 못한다. 아들 태영은 늘 급식비를 걱정해야 하고, 수학여행비가 없어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어머니가 파업에 참여하자, 돈이 궁해진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싱글맘인 혜미의 사연도 기구하다. 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다 유산한 경험이 있는 그는 회사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선희를 딱하게 여기지만, 정작 고객의 안하무인격인 불만 표출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약자다. 아무리 노력해도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는 청소노동자들의 힘겨운 현실도 영화 속에 묻어난다.
 
부지영 감독은 여러 캐릭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안은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10대 태영이 학교와 사회에서 겪는 차별, 30~40대 여성들이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어려움, 뼈 빠지게 일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 50~60대의 아주머니들….
 
요컨대 '카트'는 10대부터 60대까지 가난과 불안이라는 '블랙홀'에 빠진 서민들의 씁쓸한 초상을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살풍경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불안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오로지 사익만 추구하는 대기업의 '외길 보기'와 나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무신경 속에 더욱 팍팍해진다.
 
"직원을 마음대로 못 자르면 그게 회사야"라는 마트 지점장의 인식은 결국 용역 깡패까지 동원하는 데 이른다. 자본에 편승한 공권력은 파업권을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거칠게 옥죈다.  
 
정경유착의 고리만 문제가 아니다. 파업에 참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회사랑 해결해야 할 일 때문에 왜 고객들이 피해를 봐야 해요"라는 일반 시민의 이기적 시선은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영화는 몇몇 뭉클한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장면은 거개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보다는, 노동자들이 겪는 일상 속에서 빚어진다.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수학여행비를 내고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러다 아르바이트비를 떼인 후, 사장에게 맞아 부어버린 아들의 얼굴을 경찰서에서 봐야만 하는 엄마의 멍한 시선 같은 곳에서 말이다.
 
다소 선동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영화의 온도가 뜨겁다는 단점이 있지만, 상업영화 진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카트' 같은 영화의 제작은 의미 있는 시도라 할 만하다. 남자 배우들이 장악한 충무로에서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천우희 등 여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염정아 등 주연 여배우들의 호연뿐 아니라 장편영화에 데뷔한 '엑소' 디오(도경수)의 연기에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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