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재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

   
 
     
 
제주도가 감귤의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영주십경 중 제5경인 '귤림추색'의 장관이 펼쳐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아름다운 풍경과는 달리 감귤재배 농가들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이 시기가 되면 감귤재배 농가들은 1년 동안 흘린 땀에 대한 보상으로 수확의 기쁨을 누린다. 하지만 올해에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 비상품 감귤의 무분별한 출하 등으로 인해 극조생 감귤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한숨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극조생 감귤의 평균가격이 2013년산과 2012년산 대비 각각 26%, 17% 하락했다. 강풍의 영향으로 인한 상처과 등이 상대적으로 많고, 전년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한 하루 평균 2000여t이 출하되고 있는 등의 요인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요즘 소비지에 출하되는 극조생 감귤은 잦은 비날씨와 돌풍  등의 영향으로 작년에 비해 품질상태가 고르지 못하다. 도매시장에서는 1번과가 2번과로 둔갑하여 거래되는가 하면, 상처과를 포함한 저급품 감귤이 홍수 출하되면서 소비시장의 혼란과 제주감귤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

농업인의 입장에서 애써 키운 소중한 감귤을 가공용 등으로 격리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나 혼자만 살기 위해 저급품 감귤을 시장에 출하하는 행위는 모두를 죽이는 행동이다.  아쉽더라도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행정에서는 '노지감귤 유통 150일 특별계획'을 수립하여 비상품 감귤 유통지도 단속반을 전년대비 두배 이상 투입하며 단속 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우리 감귤농가 스스로가 변화해야 한다. 고품질의 감귤을 생산하고 엄선된 상품만 출하하겠다는 변화된 자세와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상처과나 부패과, 그리고 강제착색한 감귤을 출하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저장 및 이동 시의 엄격한 관리를 통해 고품질 감귤이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통관련 단체와 제주도, 농협은 최근 서귀포농협 거점산지유통센터에서 과일 생산·유통인 상생을 위해 협약체결식과 제주감귤 산업의 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의 워크숍을 개최했다. 생산자는 고품질 안전·안심 과일을 생산·공급하고 유통인은 국산 과일의 우선 유통과 소비촉진에 적극 참여하기로 하였다.

FTA확대에 따라 외국산 과일수입이 증가하고 있어 국산 과일 소비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 등을 정착시키기 위한 생산자, 유통인의 상생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고품질의 감귤을 생산하여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해외 시장도 넓혀 간다면 제주감귤의 경쟁력은 더욱 제고될 것이다.

또한 조천농협의 캐나다 수출에 이어 서귀포농협과 중문농협에서도 미국 수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국내 가격은 하락하였지만 수출 가격은 작년과 같다. 제주농협은 더욱 공세적인 자세로 FTA시대에 대응할 것이다.

생산자와 유통인 등 모든 관계자가 서로 소통하며 협력해서 무결점의 제주감귤을 출하하여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으면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