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완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논설위원

   
 
     
 
며칠 전에 고향에 다녀왔다. 늦은 가을이지만 역시 고향은 따스했고 의연하게 반겨 주었다. 특히 정말 오랜만에 제2횡단도로를 천천히 운전하면서 한라산의 단풍을 실컷 느껴보는 여유도 가졌다. 나의 고향은 참으로 아름다웠고, 아름다운 고향을 가진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 늘 감사하고 있다.

고향 방문에서 걱정 아닌 걱정도 보았다. 그저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것이길 바라지만 그렇게 녹록한 일은 아닌 듯하다. 이제 100일을 보낸 도지사에게 새로운 별명이 하나 생겼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별명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응원보다는 비아냥거리는 맥락에서 붙여진 듯하다.

관용구에 해당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런데도'라는 의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나오는 내용이 핵심이 된다.

선거 과정과 도지사 업무를 시작하면서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기에 '우려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 보면 새로 얻었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별명은 알듯 모를듯하지만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닐 듯하다. 아마도 전임 도정과의 관계나 몇몇 시행착오에서 붙여진 별명인 듯하다.

사실 그 시행착오 중의 하나인 제주시장 공백 사태는 조금 심각하게 봐야 할 일이다. 도지사에게 두 번에 걸친 제주시장 임명 실패는 큰 충격일 것이다.

특히 협치를 내세우며 새로운 제주를 준비하고 더 큰 희망을 꿈꾸고 있는 잠룡으로서는 체면을 구기는 정치적 타격이자 부담일 것이다. 두명의 제주시장 후보자가 중도에서 낙마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도지사의 책임이고 정치적 역량의 한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지사는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하고 제주시정의 안정과 행정 공백의 최소화는 시급히 해소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매어 쓰지는 못한다.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빡세게'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민주주의의 절차이다. 두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세번째 제주시장 후보자의 선정 기준이 인사청문회 통과에 맞춰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우선 왜 두번의 실패가 있었는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먼저 도지사가 그토록 내세우는 협치의 밑그림은 다시 그려야 한다. 단언컨대 정당정치의 선거 제도에서 경쟁을 했던 상대 정당의 후보나 그 주변인과 정치적 관계를 맺는 것은 협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그저 야합의 정치적 행위일 뿐이다.

만약 이러한 행위가 용인된다면 정당에 기반한 지지자들은 배반의 박탈감에 원망할 것이고, 상대 정당은 협작이라고 분노할 것이며, 정당정치에 기반하는 민주주의의 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따라서 세번째 제주시장 후보는 도지사와 같은 정당이 바람직하며, 최소한 경쟁을 했던 상대 정당의 중심적 인물이어서는 곤란하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자치제도는 지켜져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두번의 행정시장 임명 실패로부터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은 극히 일부의 안주거리에 불과하겠지만 제주 지역의 정치적 구조와 성향을 고려할 때 지나가는 바람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제법 휘발성을 내재하고 있다. 제주도의 행정체제와 자치제도는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의 미래 발전이라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논의할 과제이다.

따라서 단지 행정시장 임명 실패라는 과정의 문제를 행정체제 개편이나 행정시장 직선제 등으로 침소봉대하여 경거망동하는 것은 제주의 이름으로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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