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2013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도행역시(倒行逆施)'를 뽑았다.

도행역시는 중국 사마천이 저술한 역사서인 사기에 실린 고사성어로, 춘추시대 오자서라는 인물에게서 유래했다. 초나라의 오자서는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가 초평왕에게 살해되자 오나라로 도망쳐 오왕 합려의 신하가 됐다.

이후 세력을 키워 초나라를 공격해 승리한 뒤, 원수를 갚고자 이미 죽은 초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채찍으로 300차례나 내리쳤다.

이 소식을 들은 친구 신포서가 편지를 보내 "과한 행동"이라고 질책하자 오자서는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교수신문 측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인사와 정책 등의 분야에서 퇴행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잘못된 길이나 뜻을 고집하는 경우에 사용되고 있다.

출발이 좋았던 제주도와 의회간의 관계가 얼어붙고 있다. 첫 조직개편도 무난하게 이뤄졌고 소통의 관계가 설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구성지 의장이 '예산 협치'를 위해 사전 협의를 제안했으나 집행부가 '재량사업비 부활'로 규정하면서 의회가 발끈했고 원희룡 도정의 핵심인 '협치위원회 조례안'을 심사 보류했다.

이어 원희룡 지사가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을 임명하자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강기춘 제주발전연구원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잠정 거부키로 하는 등 확전되는 양상이다. 도정과 도의회 공무원은 물론 도민들까지 우려하고 있다. 다음달 3일부터 시작되는 행정사무감사,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걱정스런 말들이 나오고 있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원희룡 지사와 구성지 의장의 기 싸움이라고 해석하기로 한다.

어찌됐든 간에 집행부와 의회가 갈등을 빚어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많은 도민들은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인식 전환을 주문하고 있다. 아무리 이기는게 좋아도 지는 듯 이겨야지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힘의 정치는 결국 파국을 초래할 뿐이다. 때론 이길 수 있는 것도 져주는 도량있는 정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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