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웅 제주은행 이도뉴타운 지점장
저축은 가계의 안정과 향상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의 성장 발전에도 긴요하지만 국내 저축률은 하향 추세에 있다고 한다.
1988년 24.7%, 1990년대에 평균 16.1%를 기록하던 가계 저축률이 지난해에는 4.5%에 불과했고, 2011년에는 3.4%까지 낮아진 바 있다. 이제 국내 가계 저축률은 OECD 국가 평균인 5.3%와 비교해도 크게 밑도는 상황이다. 가계 저축률이 하락하는 이유는 저금리 상황, 실질소득의 감소, 세대별 인식의 차이,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 여러 요인을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소비와 더불어 국민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가계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저축의 감소는 이유여하에 불문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국내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결국 저축은 투자의 원천이며 기업투자와 정부재정의 안정적 토대이기 때문이다. 저축은 거시경제적 차원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저축은 가정생활의 안정을 담보한다. 긴급한 상황에 처하거나 갑자기 어려워지면 돈을 바로 융통하기가 쉽지 않다. 조금씩 착실히 모아둔 돈은 가정에 갑작스런 위기가 닥쳐와도 위기를 버텨낼 힘이 되며 평상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
둘째, 저축은 투자의 기회를 제공한다. 재테크의 시작은 종잣돈(seed money) 마련에서 비롯된다. 이는 바로 투자적 측면에서 저축의 중요한 기능이다.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데, 저축으로 형성된 종잣돈은 적기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된다.
셋째, 저축은 개개인을 건전한 생활로 이끌어준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고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땀 흘려 어렵게 번 돈과 도박으로 쉽게 번 돈은 그 가치가 다르다.
특히 쓰임새를 살펴보면 확연히 그 차이를 알 수 있는데, 쉽게 번 돈은 쉽게 쓰고 어렵게 번 돈은 신중하게 쓰기 마련이다.
재테크적 관점에서 볼 때 부동산, 주식 등과 같은 투자가 몸집을 불리는 일이라면, 저축은 뼈대를 만드는 일이다. 뼈대가 튼튼하지 않으면 결코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없다.
투자의 수익성과 저축의 안정성이 균형을 이룰 때 가정경제가 건실해지며 결국 국민경제도 바른 성장을 하는 것이다. 단언컨데, 저축은 경제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며 개개인을 성공에 이르게 하는 습관이다.
어릴 적 끼니 때마다 정지(부엌의 제주어)에서 한 움큼의 보리쌀을 항아리에 따로 모아두시던 할머니의 뒷모습을 기억한다. 요즘같이 풍요로운 물질의 시대, 소비를 넘어 사치를 부러워하는 세태에 우리의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소중한 유산이 바로 근검절약이며, 저축하는 습관임을 어릴 적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