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이슈 동시출현…모두 메가톤급 파급력 갖춰
담론형성 향배따라 새해 정치기상도 판가름날 듯

▲ 여야 지도부와 대화하는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개헌과 선거구 재획정, 공무원연금 개혁이 연말 정국을 달굴 3대 화두로 거론된다. 
 
따로 떼어 놓고 보면 한가지 한가지가 현 정권의 명운은 물론 차기 대선의 향배를 가를 수도 있는 메가톤급 이슈다. 정기국회가 끝난 후 연말정국에서 어느 화두를 중심으로 담론이 형성되느냐에 따라 신년 정국기상도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가 한꺼번에 만난 예기치 못한 '삼각 파도'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개헌 봇물' 정치권 밖으로 터질까 = 정기국회가 끝나면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개헌 금기론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에서 꿈틀대는 개헌 마그마는 지표를 뚫고 나올 기세로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내년에는 전국 단위의 선거도 없고, 대선도 2017년으로 멀리 있어 지금의 5년 단임제의 '87년 체제'를 개편할 '골든타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개헌담론에 계속해서 '재갈' 물리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국회 개헌 모임에 참여한 여야 의원이 과반이기도 하지만 "정기국회 후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상하이 발언'으로 개헌론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그러나 정작 여권에서는 개헌에 대한 목소리가 일시적으로 위축된 상태다. 특히 친박(친 박근혜) 진영에서 더 그렇다. 박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론'이 결정적 이유다.  
 
이 틈새를 야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라며 파고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투톱'인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우윤근 원내대표 모두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에 적극적이다.  
 
이는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수직적 당청관계를 부각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렇게 정치권에서는 주요 쟁점으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이 개헌보다 앞선 당면 과제라는 결과가 우세해 얼마나 동력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정부나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논의만 무성하다 제풀에 꺾였다.
 
더군다나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3 대 1에서 2 대 1로 줄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동상이몽' 선거구획정 = 헌재의 결정으로 불가피해진 선거구 획정 논의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개헌이 블랙홀이라면, 선거구 획정은 '빅뱅'에 견줄만하다. 새로운 선거구가 나타나고 경계도 새롭게 그어야 한다. 또 차제에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자는 목소리 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정치 지형을 근본부터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야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새누리당에서는 그동안 지체됐던 경제활성화 법안과 내년도 예산 처리에 집중해야 할 시기로 보고 선거구 획정으로 관심이 분산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에 비해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야당은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구체적인 대안까지 거론하며 서두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생경제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 내년도 예산안 등 정기국회에서 다뤄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면서 "선거구획정은 그 이후에 논의해도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헌재 결정대로라면 지방은 다 죽는다. 골치 아픈 숙제는 뒤로 미루고 싶은 심정과 같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미룰 이유가 없다. 당장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가동해야 한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공무원과 교사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100만 공무원, 교원 총궐기대회에 참가해 손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여야 모두 텃밭인 영호남에서 인구가 하한선을 밑도는 선거구가 많아 선거구를 줄여야 하는 상황은 같지만, 상대적으로 야당세가 강한 서울, 수도권에서 선거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게임의 룰'로 불리는 선거법 개정은 여야의 손바닥이 마주쳐야 하는 만큼 선거구 획정 논의는 2016년 총선 데드라인이 돼서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與 "서둘러야" vs 野 "사회적 합의 선행" = 앞선 이슈와 달리 여당이 서두르는 분야다. "연말까지 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었지만 이를 잠재우고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개정안까지 제출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려는 모양새다.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공무원뿐 아니라 군인, 교사 등 공적 연금 대상자까지 가세하면서 동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2016년 총선에 가까워지면 공무원연금 개혁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박봉이던 시절 지금보다 현저히 짧은 기대수명에 맞춰 설계한 공무원연금은 더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게 여권의 인식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에 공감하면서도 '속도 조절론'을 내세우고 있다. '군사 작전'하듯이 밀어붙이면 안되고,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말 예산과 각종 입법을 처리하는 '밀고 당기기' 과정에서 야당이 지렛대로 삼을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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