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녕고 레슬링 고운정
경기 앞둬 부친상 당해
"국가대표 목표로 노력"

▲ 제95회 전국체전 남고레슬링 그레코로민형 76kg급 금메달을 차지한 고운정(오른쪽)이 결승전 직후 할머니 오백합자씨와 포옹을 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앞으로는 좋은 소식만 전해주고 싶다"
 
제주의 10대 레슬링 선수가 대회 도중 부친상을 당하는 슬픔을 딛고 전국 정상에 올라 감동을 주고 있다.
 
고운정(남녕고 3년)은 2일 제주관광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육대회 레슬링 남고부 그레코로만형 76㎏급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과 부친상의 슬픔을 이겨내고 목에 건 소중한 금메달이다. 
 
지난 1년간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던 고운정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비보를 들었다. 평소 지병이 없었던 아버지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그렇게 쓰러진 아버지는 아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전국체전 개막일인 지난달 28일 숨을 거뒀다.
 
이로 인해 고운정은 이번 대회 출전을 포기하려고 했다. 흔들리는 고운정을 잡아준 것은 3살부터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인 오백합자(75)씨, 형 오마운(20)씨와 동생 고운산(16)군 등 가족이었다.
 
지난 1일(발인) 아버지를 하늘로 보낸 후인지라 이날 고운정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장례식을 치르면서 체중을 조절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운정은 8강전을 폴승으로 가볍게 통과, 결승전에서도 오시영(부산·부산체고)을 강하게 압박했다. 결국 고운정은 4대0으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가 3번의 패시브(반칙)를 받아 실격으로 처리됨에 따라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고운정은 "경기 초반 몸이 굳어서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경기를 할수록 컨디션이 회복돼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한다"며 "앞으로는 (아버지께) 좋은 소식만 전해 드리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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