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21세기는 순수 제조업의 부가가치는 낮아지고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컨텐츠, 연구개발, 마케팅, 서비스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역량에서 부가가치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인터브랜드에서 발표한 올해 브랜드 가치평가에서도 13년간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코카콜라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과 구글에 밀리면서 시대의 변화를 알렸다.

사물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인간은 여전히 대화를 통해 의사소통하고 관계를 이어간다. 다만, 오프라인에서 교환되던 이야기들이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되어 스토리텔링이라는 더욱 진화된 이야기 기법으로 발전되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사물들에 입혀지면 밀착도와 공감대가 높아진다.

특히 보고 만질 수 있는 유형적 제품이 중요했던 지난 세기의 산업이, 느끼고 공감하는 무형적 상품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체험경제로 전환되면서 상품에 포함된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그 상품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이야기는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차별화된 경험이 되어 다른 것과 구별하게 만든다.

특별한 이야기에는 잘 갖추어진 기승전결 외에 교육적이면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있어야 한다. 기발하면서도 재치있지만 감동을 놓치지 않는 이야기는, 사용해 보고 싶은 욕구와 체험해 보게 하는 행위를 이끌어 낸다.

3만여개나 되는 스토리텔링클럽이 활동중이라는 영국에서 해리포터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해리포터의 독특한 성장 이야기는 선과 악, 인간관계를 다루며 다양한 컨텐츠로 창작되면서 영국에서 연간 5조7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해리포터의 이야기가 뮤지컬로, 게임으로, 음악으로 결합되면서 서로 시너지를 내고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야기만으로 존재하는 것 보다 다양한 컨텐츠와 연결될 때 성장가능성이 훨씬 커지게 된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상품의 사용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경험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일체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제주는 많은 산업을 육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도심 재생이나 차별화된 관광환경과 같은 공간적 활용에도 관심이 많다. 하지만, 제주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정체성을 뚜렷하게 확보하지 못한 탓에 대기업이 선점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중섭의 이야기가 제주의 것이 되는가 싶더니 부산 범일동과 경상남도 통영에서도 관광자원으로 이용되면서 식별력이 약해지고 있다. 이중섭의 피난지였다는 내용은 별다르지 않으니 다른 지역에서 따라 할 수 없는 제주의 이야기를 연계시켜 이중섭과 제주와의 연결고리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제주의 강력한 이미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 제주가 수행하고 있는 산업에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적용한다면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산업으로써 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제주는 200여년이나 출륙금지령이 내려졌던 땅으로 아직도 감춰진 이야기들이 많다. 숨어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다듬어서 적극적으로 유통시켜야 한다. 

창조경제 시대의 산업은 상품 자체 보다 상품에 담긴 이야기로써 브랜드가 된다. 이야기가 하나의 산업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범위를 넓혀 상품을 만들어내고 산업을 육성시키는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제주의 것'은 제주만의 이야기와 결합된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할 때 인정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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