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로 만든 집」 윤성희. 민음사. 7000원.

99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정처 없이 뿌리를 잃고 사는 서민들의 일상을 그려내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예작가의 첫 소설집.

70년대생 소설가지만 신세대적인 감수성을 드러내거나 현란한 첨단 기기의 화려함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난한 삶을 영위하는 볼품 없는 인물 군상들을 통해 이 시대의 새로운 희망을 모색하고 있다.

파격적인 기법이나 세련된 묘사 대신 삶의 기저에 깔린 그리움과 가난함의 정서에 그 창작의 뿌리를 두고 있어 다른 신세대 작가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 때문에 신예 작가지만 각종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의 호응을 받고 있다.

◈「신화 속의 여성, 여성 속의 신화」 장영란. 문예출판사. 1만2000원.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그리스 신화의 세계. 그리스 신화에 나타난 여성성이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언제나 질투와 욕정에만 사로잡혀 있는 인물로 묘사되는 헤라와 아프로티테의 모습은 그리스 신화가 가진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하나의 실례다.

오이디푸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여성성의 시각에서 다시 분석하며 신화 속에 나타난 여성성의 왜곡 사례를 하나씩 짚어간다.

신화 읽기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신화의 새로운 틀거리는 남성, 특히 영웅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본 그리스 신화 읽기와는 또 다른 묘미를 제공한다.

◈「목수 아버지」 케니 켐프. 인북스. 7800원.

미국의 아마추어 작가들을 위한 최대 잡지인 라이터즈 다이제스트로부터 자비 출판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글.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재능 있는 목수였던 아버지. 벌어진 치아, 볼품 없는 모습을 가진 아버지의 모습을 과장 없이 그려내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열악한 신체조건 속에서도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회상하는 저자의 글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며 잔잔한 가족애를 보여주고 있다.

루 게릭 병으로 고통받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아버지가 생전에 즐겨 쓰던 목수 연장을 통해 회상하는 이 글은 그가 남긴 인생의 교훈과 의미를 쏟아내고 있다.

이 세상에서 아버지를 둔 모든 이들에게는 코끝이 시큰해지며 새삼 부성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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