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민일보·제주도교육청이 주최한 제3회 전도학교신문·교지콘테스트에서 초등부 최우수로 선정된 재릉교의 "명사터" 편집진.<김영학 기자>  
 
교지·학급신문은 단순히 지면을 빌려 학생들의 문예활동을 얘기하는 곳이 아니다.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을 담고 정보를 교류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올해부터는 설문조사·기고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가정에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시킴으로써 교지·신문이 학생·교사·학부모의 교육공동체를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

제민일보와 제주도교육청이 올해 주최한 제3회 전도 학교신문·교지콘테스트 출품작에는 교육공동체의 이야기를 지면에 반영하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올해 콘테스트에서 입상한 15개 학교의 교지·신문 제작과정을 차례로 탐방한다. 

△활자마다 학교사랑 가득=북제주군 한림읍 협재리와 금릉리, 월령리 등 3개 마을을 학구로 한 재릉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00명인 작은 규모의 학교이다.

작은 학교지만 학생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땅을 사랑하고, 그 땅에서 피어나는 풀과 나무들, 새와 짐승과 벌레들에 끈끈한 애착을 갖고 있다.

학교와 마을에 대한 학생들의 애착은 학교신문 ‘명사터’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학교신문 이름을 ‘명사터’로 붙인 것은 협재·금릉리가 고운 모래를 배경으로 펼쳐진 지역이기 때문이다.

협재·금릉리에 펼쳐진 백사장은 조림사업으로 상당부분이 사라졌지만 예로부터 제주의 ‘명사십리’로 불려져 왔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재릉교에 처음 부임하는 교사들은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넓게 펼쳐진 잔디 운동장을 자랑으로 여긴다.

나무들도 많고 운동장 잔디밭에 꿩이 날아다니는 것을 직접 보고 놀랐기 때문이다. 

장승일 교장은 “학생들은 넓게는 아름다운 자신의 고장과 마을이 주는 혜택을, 좁게는 그동안 수많은 선배와 선생님들이 지키고 가꿔온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을 신문에 그대로 싣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신문”=재릉교 학교신문은 지난 96년 6월1일 창간됐다. 어린이기자는 문장력이 있고 글 쓰는데 관심이 많은 5·6학년 중에서 각 학년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선발된다.

신문제작은 홍보부의 편집장 역할을 담당하는 장현성군(6학년)과 5명을 비롯 오승희교사(26)가 지도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학생기자들과 오교사는 신문발간 1개월 전에 취재계획안과 편집방향을 함께 수립한 후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직접 현장에 나가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학교신문 ‘명사터’는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쓰라린 과정을 5년 동안 겪었다.

사진은 전혀 없이 활자로만 편집, 발간됨으로써 학생들이 읽기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학교에 따르면 창간 이후 지난해까지 ‘A4’규격의 8면으로 1년에 4회씩 계간지로 발간됐지만 지면이 작아 학부모는 차지하고라도 학생의 소식을 담아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결국 지난해 12월 홍보부는 회의를 통해 학교신문 변화를 논의한 끝에 지면크기를 국배판으로 늘리는 대신 발행횟수를 2회 축소키로 결정했다.

발행 횟수를 절반으로 줄인 것은 학생수와 예산이 많은 큰 학교에 비해 작은 학교에서는 신문제작 예산이 한정된데 따른 것이다.

올해부터 국배판 8면으로 발간되는 학교신문은 ‘우리들의 이야기’ ‘재릉 갤러리(Gallery)’ ‘독서클리닉’ ‘부모교실’ 등 각 지면마다 자신과 가까이 있는 것들을 소재로하고 있다.

오승희교사는 “학생의 반응이 없는 내용을 과감히 없애는 대신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내용을 새로 추가하거나 확대했다”며 “학교발전을 위한 교사·학부모 대담 등 다양한 소식코너를 마련하는 등 계속해서 지면을 변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큰 학교의 학생수와 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재릉교 학교신문이 경쟁력을 갖추게된 배경은 학생기자의 제작 열의와 학교 교육계획이 결합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취재계획이 수립되면 직접 현장을 찾아 학내는 물론 가정, 지역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발로 뛰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학교 역시 매주 수요일 조회시간을 이용, 문학장르 또는 체험학습 분야에서 우수한 학생작품을 직접 전교생 앞에서 발표토록 하는 한편 편지쓰기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문장력을 배양시키고 있다.

장현성군은 “우리학교 소식을 널리 전하고 우리들이 조사한 내용을 다른 학생과 학부모들이 읽는다고 생각할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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