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원 한의사·제민일보 한의학자문위원

   
 
     
 
가을을 채 느끼기도 전에 겨울이 왔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가을을 탄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한번쯤은 '멜랑꼴리'해지기도 하는 남자의 계절. 그래서인지 심적으로 허하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Once'의 잔잔한 흥행에 이어 극장가를 달궜던 'Begin Again'을 며칠 전 보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람의 관계에서든 개개인의 인생사에서든 절망을 딛고 일어서야 되는 순간이 있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고 상대의 마음은 내 맘 같지도 않다.

한때 잘나가던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렸던 남자 주인공은 음악적 실패, 아내와의 별거에 술로 자신을 위로할 뿐이고, 이상과 사랑을 위해 뉴욕행을 했던 여주인공에게 남겨진 것은 남자 친구의 변한 마음이다.

이 가을을 달래주기에 이 영화가 적합했던 것은 음악과 함께 그 치유를 공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욕치기병(欲治基炳), 선치기심(先治基心)'. 네 병을 다스리고자 한다면 먼저 네 마음을 다스려라. 동의보감 내경편(內景編)에선 "질병을 치료코자 하면 먼저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마음을 바로잡는 것은 반드시 도(道)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칠정(七情)이라 해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欲)을 가르킨다. 한의학에서는 이 칠정이 지나치면 장부기혈(臟腑氣血)에 영향을 주어서 병을 일으킬 수 있으며 반대로 내장 장기에 먼저 병이 생겨서 정서적인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다시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인생이든 사랑이든 건강이든 마음먹기에 따라 '리셋'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보약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그 구실을 다하지 못한다.
이 가을이 가기 전, 자신의 지친 마음을 정성껏 치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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