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4060] 17. 양원보 제주항공우주박물관 관리소장

명퇴 후 창업 실패 '상실'
재취업 시도 번번이 고배
우여곡절 끝 일자리 얻어
"인생후반 도전의지 관건"

"일은 소중하고 귀한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나를 알아주는 곳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죠"
 
퇴직 이후 역경을 딛고 재취업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은 양원보 제주항공우주박물관 관리소장(56)의 말에서 일에 대한 갈망이 느껴졌다.
 
올해 5월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의 시설관리를 맡기까지 양 소장에게는 많은 우여곡절이 따랐다. 
 
지난 2002년 25년간 몸 담았던 kt(옛 한국통신)에서 명예퇴직할 때만 해도 일자리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자회사로 근무지를 옮겨 5년간 더 일을 하며 공백기간은 갖지 않았다.
 
하지만 두번째 직장을 나와서는 상황은 달랐다. 50대 초반 나이에 사회의 문은 너무나도 좁았고 냉정했다.
 
1년간 일을 찾지 못해 퇴직금을 털어 PC방을 차렸지만 창업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비용을 아끼려고 아르바이트생도 두지 않고 하루 16시간 가게에 살다시피했지만 한 달 100만원을 벌기도 힘들었다.
 
결국 3년만에 빚만 떠안은 채 문을 닫았다.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자책감에 사업실패로 인한 상실감은 남아있던 자신감마저 빼앗아 버렸다.
 
10여 군데에 이력서도 내밀어 봤지만 '나이'라는 제약에 매번 고배를 마셨다. 양 소장은 "나는 아직 젊은데 사회는 자꾸 '늙은이' 취급했다. 이로 인한 상실감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양 소장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찾은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인생2막을 열게 됐다. 3~4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갖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관련 교육을 받은 끝에 그토록 원하던 직장을 갖게 됐다.
 
양 소장은 "100세 시대를 앞두고 사회가 정한 퇴직 기준은 너무 빨랐고 어찌보면 남은 날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다"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인생 후반에도 도전과 성취는 충분히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