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환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요즘 방송에서는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주의를 끌고 있다.

미생은 바둑 용어로 두 집이 나지 않았을 때를 지칭한다. 두 집 이상을 가져야 완생이요, 1집만 있으면 언젠가는 죽음에 이르기 때문에 미생이다. 이는 바둑이라는 환경에서 약속된 규정이다.

드라마 미생의 이야기는 주인공인 장그래가 프로 바둑인의 길에서 회사원으로 진로를 바꾸어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중심으로 이뤄진다.

프로 바둑인이 되려면 바둑에만 집중하여 동일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끼리 경쟁을 통해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여야 한다.

장그래는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므로 바둑에만 전심전력할 수가 없었다.

주변에서는 너가 다른 일을 갖게 되면 프로 바둑인이 될 수 없다는 충고를 한다. 하지만 어머니를 돌보면서 자신의 삶을 지탱해야 하기에 바둑과는 다른 직업을 택한다.

제주의 문화예술인의 삶이 바둑을 통해 드러나 있어 씁쓸하다.

제주에 살고 있는 도민들은 누구나 문화인이면서 예술인이다.

재능의 유무가 그 가치의 높고 낮음을 정할 뿐, 도민 각자는 제주문화예술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 중 재능이 있는 일부는 예술가로 대접받는다.

하지만 제주의 예술가는 가정을 포기할 수 없다.

잠시 자신의 재능을 접고 생활고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재능을 펴야 할 때를 놓칠 때가 있다. 참 아쉬운 일이다.

큰 나무가 있으면 그 그늘 밑으로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큰 나무는 문화예술 영역마다 있다.

아직 크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심지어 떡잎부터 키울 생각도 해야 한다.

문화예술의 거목을 제주에서 탄생시키면 그 그늘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인들이 완생을 위한 노력도 주요하지만 노력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기관만의 일이 아니다. 제주도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많은 환경 요소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위기 조성이라 본다.

일제 강점기 때 조국의 광복을 위해 애쓰던 독립투사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걸고 거금을 내놓던 분들은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었다.

미래 후손들의 미생이 아닌 독립이라는 완생을 바랐기 때문이다.

제주 예술의 독립투사들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후원은 그 시기를 놓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대가 없이 예술인들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모두 나서야 한다.

기부는 꼭 유형이라야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만이 아니라 도민에게 유용해도 가치 있는 기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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