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

   
 
     
 
깊어가는 가을의 어느 날. 우리는 중장년층의 재취업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재취업을 한 분들을 위한 작은 축하의 자리를 만들어 드려야겠다며 시작한 일이다. 그런데 가족의 의미를 찾는 동영상이 추가되고, 흥을 돋을 음악도 준비하면서 가족들도 함께 하는 토크콘서트가 되어있었다.

그동안 우리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중·장년층 전직희망자와 퇴직(예정)자에 대해 직무적성 진단 및  이력서·자기소개서 클리닉, 면접코칭, 채용정보 제공 등 '1대1' 맞춤형 전직서비스를 해왔고 많은 분들이 재취업과 전직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날 행사는 취업을 축하하는 동시에 예비취업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직업의 소중함을 나누고 취업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어졌다.

11월1일 열린 '다시뛰는 4060 희망토크콘서트'는 이렇게 맞춤형 전직서비스로 재취업에 성공한 중장년층의 사례를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전하는 자리였다. 우리 센터 개소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고 그들의 새로운 '인생2막'을 진솔하게 얘기하며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모두 5명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재취업에 성공하기까지의 사연과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표했다. 양모씨(68)는 "3년 가까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취업을 할 수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력서를 넣은 끝에 재취업에 성공했다"며 "재취업을 위해 건강관리를 해 왔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H산업 장년인턴사원이다.

K복지원에 조리사로 취업한 하모씨(52·여)는 18년간 운영하던 뜨개질방을 닫은 후 센터를 찾았다가 재도약 프로그램을 접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첫 취업에 이어 근무여건이 더 좋은 곳으로 전직한 경우다. 이력서 코칭은 물론 모의면접까지 꼼꼼히 체크하고 성공했다. 항상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는 긍정적인 자세와 열정으로 감동을 주는 분이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 종합시설관리자로 재취업한 양모씨(57)는 50대 중반 퇴직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전전긍긍했었다. "20번 가까이 온갖 회사에 경력직으로 이력서를 넣어도 나이 때문에 받아 주는 곳이 없었다"며 "센터의 도움으로 찾은 회사에서 '직원들하고 인사하고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말이 내 생애 가장 감사하고 기뻤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인생은 미완성'의 가수 이진관씨와, 40~60 세대에 절대적인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김수희씨가 축하공연을 했다. 김수희씨는 무려 5곡이나 부르며 인생2막을 시작하는 후배·선배들을 격려해줬다. 그리고 가수들의 축하공연보다 더욱 빛난 것은 그들의 가족, 직장동료들이 전한 응원영상메시지였다. "힘내라", "사랑한다"는 목소리에 모두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4060' 그들에게 희망은 무엇일까. 재취업을 한 그들에게는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들을 지탱해주는 힘이었다.

또한 센터의 컨설턴트라는 조력자가 있었다. 상담과 취업알선, 면접서류코칭을 통한 재취업 길라잡이.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취업을 하겠다는 스스로의 열정과 도전이 아니었을까.

그들은 입을 모아 희망을 전했다. "사회는 여전히 우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 희망을 잃지 말고 재취업에 끊임없이 도전하면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

행사장을 나서는 그들이 지은 엷은 미소의 의미는 가족과 동료, 그리고 사회의 사랑을 통해 어렵게 구한 일자리보다 더 소중한 '희망'을 찾고 보고 품었기 때문이리라.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 유난히 생각나는 가을. 우리를 향해 쏟아진 감동과 희망을 가득 품은 어느 멋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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