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치러진 2002 수능 1교시 언어영역은 예년에 비해 새로운 소재를 활용한 문제들이 다수 포함되고 지문도 길어 학생들이 상당히 어렵게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입시학원과 일선 고교들은 올해 수능은 수리영역이 작년 수준으로 출제된다고 가정할 때, 현 고3생들의 학력저하를 감안해 인문계열은 언어영역에서, 자연계열은 언어와 수리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언어영역에서 내년 월드컵 개최상황을 가정한 문제 등실제 상황 중심으로 통합교과적 소재를 활용해 출제하고 언어와 제2외국어 영역에 관심을 갖고 어렵게 출제했다"고 말했다.

특히 듣기 평가 2번의 `길찾기" 문제는 절을 그려놓고 특정 지점을 찾아가도록 하는 문제로, 절에 대한 기본소양까지도 묻는 문제여서 수험생 대부분이 매우 생소하고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전체적으로 지문의 길이도 길고 사고를 요하는 문제가 많아 시간이 부족했다는 수험생들도 많았다.

평소 모의고사에서 390점대를 받는다는 서울예고 3학년 장성신(18)양은 "지난 95년부터 작년까지 수능문제를 모두 풀어봤지만 올해가 가장 어려웠다"면서 "모의고사때는 시간이 5∼10분가량 남았지만 올해는 지문의 길이가 길어 오히려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모의고사 380점대의 재수생 조용원(19.충암고졸)군은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많이 나왔고 작년 수능이나 평소 모의고사보다 훨씬 어려워 언어영역에서만 평소보다 10점 정도 떨어질 것 같다"면서 "특히 고전부분에 나온 두보의 시는 이해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고 말했다.

시험감독을 들어갔던 청주고 국어담당 임근수 교사는 "생소한 문제가 많아 수험생들이 애를 먹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면서 "언어영역에서만 적어도 10점 정도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수생 임용관 군도 "교과서 밖에서 지문이 많이 나와 이해하기가 힘들었고 문제를 보고 즉시 답을 찾을 수 있는 문항이 거의 없었다"면서 "만점을 받던 평소 모의고사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여러 문제를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수능에서는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조화 및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는 내용이나 스포츠 중계 실황을 가정한 지문, 국제 분쟁의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글 등 실제 생활속에서 민족과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는 내용들이 출제됐다.

`쓰기"에서는 가족애를 소재로 삼행시를 짓게 하고, `문학"에서는 인간에 대한애정과 경의를 나타내거나 어머니와 고향, 이웃에 대한 애틋한 정서를 다루고 있는 시를 선정하는 등 신세대에게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남기심의 `새말의 탄생"과 김동리의 `화랑의 후예", 정극인의 `상춘곡", 이범선 원작의 `오발탄" 등 교과서에 포함된 내용도 출제됐다.

대성학원 이영덕 실장도 "지문이 길고 듣기평가도 까다로워 수험생들이 상당히 애를 먹은 것같다"면서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점수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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