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제주를 걷다] 29. 제주시 동문로 - 영화 '하늘의 황금마차'

▲ 관덕로, 중앙로, 동문로는 제주의 원도심으로 신제주 개발 이전에 제주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했던 곳이다. 사진은 동문로터리. 김영모 기자
우도·소길리·수산저수지 등 제주 곳곳이 촬영장소
옛 중심지 동문로 배경…원도심 재생 요구 목소리
 
"밴드? 막둥아 정신 촐리라게" "형님 이번엔 진짜 뜰거마시. 우리 밴드 아이들마시"

자막 처리된 제주어를 읽어야 하는 수고는 없는데다 제주의 익숙한 풍경이 영화에 나온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평생 살면서 한번 가볼까 말까한 블록버스터 촬영지보다 무심코 지나쳤던 거리와 건물 등의 제주 촬영지가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제주출신 오 멸 감독의 영화인 '하늘의 황금마차' 얘기다.

영화는 제주4·3을 다룬 '지슬'로 유명한 오 감독의 차기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내용은 치매와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큰형과 큰형의 재산을 소유하려는 형제들, 그리고 밴드 '황금마차'가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영화 촬영지는 일반적으로 우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영화를 관람하면 도내에 상당히 많은 장소가 촬영됐음을 알 수 있다.

▲ '하늘의 황금마차' 촬영장면.
제주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촬영지는 애월읍 소길리 마을, 한길카센터, 표선 해안도로, 모구리 야영장, 수산저수지, 청수 곶자왈 등 다양하다.

평화로운 느낌의 제주 자연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선정한 제작진의 수고가 돋보인다.

특히 영화는 지역의 정치·경제·교육의 중심지였던 원도심 중 동문로를 배경으로 촬영된 장면이 나온다.

지어진 지 오래돼 보이는 주택 옥상에서 주인공들이 나팔을 불지만 누구도 주목하는 사람은 없어 애처로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미 도시개발 속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린 장소탓일까. 

신제주 개발 이전에 관덕로·중앙로·동문로를 잇는 상가와 시장은 제주의 경제 중심지로 불릴만큼 유동인구가 많았다. 먹을거리가 유명한 것은 물론 잡화, 미곡, 가구점을 운영하는 상인들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로 넘쳤던 곳이다.

옛 동양극장이 존재했던 동문로는 제주도민들의 집회장소, 공연장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지금은 유명했던 극장은 없고 상권은 대기업이 장악해 동문로에서 많은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최근 원도심 재생과 회복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면서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국내외 성공사례를 연구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인프라 조성 방식에만 치우치다 보니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보다 주변 시설이 현대화된 동문로에서 옛 추억과 원도심 재생에 대해 생각하며 천천히 걸어보게 된다. 김영모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