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다니는 송주영양.
언제부턴가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 주유소,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른처럼 꽤나 진지해 보인다. 평균 보수는 시간당 2000원 이하. 노동시간은 보통 4∼6시간. 힘들게 일하는 대가치고는 그리 후한 대접은 아니다.

그래도 이들의 알바(아르바이트)는 계속된다. 용돈 벌기가 주목적이겠지만 일하는 청소년들의 모습 속에는 알바를 통해 자신을, 사회를 배우려는 열정과 고민이 숨어있다.

세 명의 알바 청소년들을 만나봤다.

◇“소비의 시대 아니예요?”-중3 김상찬군

“돈벌면 모두 옷 사 입어요. 나이키 티셔츠 몇 개 사면 끝이죠 뭐”

주유소 아르바이트, 일명 ‘총잡이’를 시작한지 석달째인 중학교 3학년 김상찬군(16·J중). 오후 4시경 학교가 끝나면 어김없이 주유소로 향한다. 보수는 시간당 1900원, 결코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김군에게는 한달에 10만원씩 꼬박꼬박 어머니께 드릴 정도로 목돈이 됐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김군은 “학교 끝나서 할 일없이 PC방을 기웃거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에게 선물도 사주고, 영화도 보고 하면 돈이 항상 모자라요. 내년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알바는 계속 할 거예요. 그땐 오토바이 자격증을 따서 배달하면 좋겠어요. 피자나 자장면 배달은 지금보다 두 배는 벌거든요”

이렇듯 청소년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이 필요해서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놀거나 유행하는 옷을 사 입으려고 해도 용돈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는 미안하기 때문이다.

◇“내가 벌어서 집에 도움되니 보람”-고3 하경태군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고교3년생 하경태군(18·J고)은 그러한 전형적인 케이스. “요즘은 친구들이랑 커피숍이나 게임방에 놀러가도 하루 1만원이상이 들어요. 옷을 사려면 그 이상 들고요. 소비는 자꾸 커지는데 돈은 항상 모자라니 일을 할 수밖에요”

하군은 어머님에게서 용돈을 받지 않은지 오래 됐다. 대신 어머니께 한달에 한번 용돈을 드리고 있다.

하군은 자신의 나이에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것이 도리어 잘못 됐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넉넉지 않은 집안 살림 때문에 ‘근로 청소년’이 됐다고는 더더욱 생각지 않는다.

“올해 아버님 생신때도 5만원을 드렸어요. 내가 벌어서 집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처음엔 반대하시던 어머님도 나중에는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아르바이트든 내 장래 문제든 최선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반대하실 게 분명해요”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군은 일을 하면서 책임감도 더 커지고 앞으로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고 말한다.

◇“어른들 시각도 좀 바꿨으면”-고3 송주영

십대후반의 아르바이트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만들어주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정작 고등학생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실업계고등학교에서 식품가공을 전공하고 실습과정차 아이스크림 체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송주영양(19·K고 3)은 “배우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사회에서 실습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없어요. 전공과목에서 기술도 배웠는데 정작 사회에선 써주질 않는 거죠.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에 대한 어른들의 시각부터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송양의 이같은 바람은 아직도 일하는 청소년들의 일터와 문화가 자리잡히지 않음을 의미하고 있다. 아르바이트가 청소년들에겐 독립과 사회를 배우는 예습과정이지만 아직도 사회에서는 실업계 고등학생들의 용돈벌이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아르바이트는 실업계 고등학생들에게 머물고 있다. 서울 YWCA의 ‘청소년 아르바아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문계 고등학생의 아르바이트는 실업계의 절반도 채 안된다.

그래도 일하는 청소년들은 늘어나고 있다. 남은 것은 청소년들의 근로형태를 인정하고, 일터와 건전한 정보를 줄 수 있는 부모와 학교, 사회의 방향제시 뿐. 진정한 사회의 일꾼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을 가꾸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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