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용역 만능주의가 또 불거졌다. 내년 예산안의 연구용역비가 증가하면서 심사를 맡은 도의회로부터 '용역 남발'이란 지적을 받았다. 도의회 행정자치전문위원실의 분석 결과 도가 계획한 연구용역비 편성예산은 57억6000만원으로 올해 38억7000만원 보다 18억9000만원 증가했다. 행정자치위 소관 기획조정실 등 관련 부서의 연구용역비도 올해보다 3억7000만원 늘었다.

행자위 소관 부서 연구용역은 행정역량 강화 조직설계 연구 4억원, 제주특별자치도사회조사 및 사회지표분석 1억5000만원, 마을별 특성 및 실태조사 1억원 등이다. 내년 예산안에 앞서 편성한 추경의 제주미래비전 용역비 18억원을 포함하면 더 늘어난다. 예산안 심사를 맡은 행자위 소속 김경학 의원은 "내년 연구용역비가 늘어난 것은 공직사회의 전문성이 떨어짐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답변에 나선 박영부 도 기획조정실장이 "내년 예산안에 공무원들이 사업을 회피하려는 면피성 용역을 과감히 잘라냈다"고 밝혔지만 쉽사리 납득할 수 없다. 박 실장의 답변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용역은 중복성·타당성 등과 관련한 책임회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행정역량 강화 조직설계 연구용역의 경우 이전 도정에서도 몇 차례 추진됐고, 공무원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분야이기에 중복성 및 '책임 면피용' 지적이 뒤따른다.

용역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것은 도민 세금으로 해당 비용을 충당하는 탓이다. 전문기관에 의뢰할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가 아니라면 공직사회가 직접 수행함으로써 예산절감은 물론 공무원들의 전문지식 축적 등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용역의 활용성 향상 및 효율적 예산 운용을 위해 자체 심사강화는 물론 담당 공무원의 이름을 공개하는 용역실명제, 용역과제 공무원 직접 수행 등의 개선책 마련이 필수다. 용역을 방패막이로 행정을 수행하는 고정관념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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