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유한 ‘산불진화장비’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불 진화를 위해 사용되는 대다수의 장비가 갈코리·삽·괭이 등 농사용 기구로 이뤄진데다 관련 예산 역시 인건비에 대부분 충당됨으로써 현대식 장비 구입은 꿈도 못꾸고 있다.

7일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 4개 시·군에 갖춰진 산불진화장비는 총 4700여개.

물탱크를 장착한 진화용 헬기 1대를 포함해 산불진화차 22대와 동력펌프 17대, 무전기 327대를 제외하곤 말그대로 ‘농사용 장비’수준에 그치고 있다.

총 산불진화장비 중 약 1500대가 진화자가 직접 등에 짊어지며 물을 뿜어대야 하는 ‘등짐펌프’인데다 1900대는 갈고리나 삽·괭이·불털이개 등 실제 산불진화에 효과가 의심되는 잔불정리용 재래식 도구에 머물고 있다.

주요 진화장비로 분류되는 20종중 13종이 이같은 농사용 도구로 구성돼 있는 실정이다.

산불예방을 위한 예산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책정된 8억8000만원중 1억7000만원만이 산불진화차·등짐펌프 등 진화장비 구입에 쓰였을 뿐 나머지 예산은 공공근로요원·유급산불감시자 등의 인건비에 충당됐다.

특히 한라산내 산불발생때 현장 접근이 어려운 지역 특성을 감안, 산불진화 전용헬기의 제주배치 필요성이 수년째 대두되고 있으나 도는 전남 영암에 대기중인 헬기가 한시간내 제주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간과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지난 88년 중산간 사라악 지역의 산불을 제외하곤 단 한건의 산불도 나지 않는 등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예산부족으로 진화장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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