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준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제주 관광객이 1000만명을 돌파하고 국제자유도시가 완성되어 가고 있다고 하지만 도민이 피부로 느끼는 소득증대 효과는 별로라는 비판이 있다. 도처에 관광객들이 왔다갔다 하고 도민들은 뭔가 벌어보려고 쫓아 다니는 것 같은데 벌이가 크게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즉 관광객이 증가하는 만큼 도민 소득이 따라서 증대되는 확고한 연결고리가 미흡하다는 얘기이다.

대표적 사례로 제주공항의 렌터카업체들을 살펴보자. 현재 약 70여개 업체들이 주차장 한쪽에 마련된 건물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예전보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깨끗한 전용건물을 마련해주고 주차장도 업체별로 질서있게 정돈해서 당국의 노력이 상당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한꺼번에 많은 관광객이 몰릴 때에도 절반 이상 업체 데스크에는 대기손님이 하나도 없어 직원들이 무료하게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에 세업체 중 하나 꼴로 줄이 길게 서 있는 업체 데스크에는 정신이 없다. 가끔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관광객들이 개별업체별로 인터넷이나 전화 예약을 하고 오기 때문에 손님이 데스크별로 골고루 분배될 수 없기 때문이다.

렌터카 업체들에게 배정된 주차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업체당 봉고차 한대를 고정 배치하고서 두어명씩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손님이 있으면 일하지만 대부분 손님 오기를 기다리면서 대기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한 직원에게 근무시간을 물어 보니 아침 8시에서 밤 10시까지 일한다고 했다. 초과근무 수당을 많이 받겠다고 했더니 월급이 150만원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렌터카업체들이 보유한 차량대수를 보니 9월말 현재 2만1300대로써2012년말 1만5600대에서 37%나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이 기간중 관광객수는 25% 증가했으니 렌터카업체들은 12%나 과도하게 차량구입에 투자한 셈이다. 한편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월급은 이 기간중 별로 변한게 없다고 한다. 예전보다 차량이 늘어 났으니 언제 닥칠지 모를 손님 서비스에 차질이 없으려면 그에 맞게 직원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노동생산성이 낮으니 임금이 높은 정규직보다 싸구려 임시직이나 계약직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렌터카회사 입장에서도 매출은 늘어났지만 순수입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결국 관광객수와 관광총수입은 늘어나지만 직원들의 월급이나 회사의 소득은 별 변동이 없게 되는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에서처럼 렌터카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렌터카요율이 올라갈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차량과 직원들이 놀고 있는 상태에서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2010년 이전에는 도청에서 과당경쟁을 막으려고 표준요금제를 실시했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업체간 할인 경쟁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당국에서 가격규제를 하니까 무등록업체의 불법영업이 성행하는 문제가 있었다. 얼핏 보면 당국에서 진퇴양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세업체를 방치해서 저임 노동자를 양산하고 결국 관광객 증가가 도민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 상황을 내버려 둘 수는 없다.

해법은 렌터카업체간 통폐합을 해서 업체수를 현재보다 최소한 반수 이상 줄여야 한다. 그러면 업체당 매출과 직원들의 생산성이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나므로 월급을 그만큼 더 줄 수 있고 유휴 차량이나 직원여유가 없으므로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에 맞추어 렌터카 요율이 올라갈 수 있다.

업체간 통폐합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당국에서 주식인수 금융을 지원하고 업체들의 신규 주식발행이나 취득에 대해 한시적으로 취득세와 등록세를 인하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대신 렌터카업체 등록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소비자불만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한다. 또한 직원들의 근로요건과 복지수준 개선 지표를 공시토록 함으로써 업체 자율적으로 서로 감시하고 지켜나가는 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