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배려 없이 통합 일정에 채찍질 가하는 하나지주의 일방통행
"국내 최고 외환전문 특수은행이 어쩌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높아지는 한숨소리

▲ 파업과 투쟁의 흔적이 남아있는 을지로 거리.
올 해 금융권은 유난히 시끄러웠다.
 
KB 사태부터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논란까지 바람 잘 날 없는 금융권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한 해였다. 각 은행 본점들이 모여 있는 을지로 거리에선, 투쟁의 목소리가 날마다 울려 퍼졌다. 하지만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의 동반 사퇴로 막을 내린 KB사태와는 달리, 외환은행 갈등상황은 잦아들 기미가 없다. 오히려 국정감사에 이어 정무위원회 정기회의까지 언급되며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국내 최고 외환전문 특수은행이 어쩌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높아지는 한숨소리
 
한국외환은행은 국내 최고의 외환 전문 은행이다.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도 대량 보유하고 있다. 외환 부문의 절대 강자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던 외환은행이, 조기통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은 매우 생소한 모습이다. 금융권에서 '통합은행명은 하나은행이 될 것' 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자부심 강하기로 소문난 외환은행 직원들은 당연히 동요했다. 5년의 독립경영 보장을 위반하고 조기통합이 불거진 것도 모자라 흡수통일이라니, 불안할 만 했다. 
 
갈등이 발생한 시점은 2.17 합의서에 반하는 '조기통합'이 불거진 이후다. 이는 분명히 하나금융지주의 잘못이다. 은행을 위한 길 중, 노조 측과 사측 어느 쪽이 현명한 선택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약속된 합의서를 지키지 않고 직원들에게 상처를 남긴 것이 하나금융지주라는 사실이다. 
 
▲ 경수인 대회 이후, 직원들의 반대 의지 리본이 걸려있는 외환은행 본점의 모습.
채찍의 강도만 높여가는 하나지주의 경영행태
 
흔히들 경영진의 태도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요구하곤 한다.
 
건강한 조직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강경한 태도만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경영 스타일을 떠나 변하지 않는 경영의 정석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 일방적인 태도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측은 오히려 총회 방해, 대규모 징계예고, IT통합 강행 등으로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상처가 낫기도 전에 또 다른 상처를 가하는 셈이다. 하나지주의 의견을 대변하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태도 역시 직원들의 배신감을 더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사간 갈등으로 번진 상황 탓에 조기통합은 고사하고, 외환은행 직원들의 감정 통합도 어려운 상황이다.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로 불을 밝힌 명동. 즐거운 거리의 분위기와 달리, 외환은행의 노·사 들의 가슴만 멍들고 있다. 갈등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조기통합을 위해 채찍질을 높여가는 하나지주의 경영행보에, 직원들의 가슴만 멍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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