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협치위원회가 내년 제주도 문화예술예산 편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집행부와 도의회가 팽팽히 맞서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문화정책과에 편성된 예산은 426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221억원에 비해 93.1%나 늘었다.

제주도나 행정시 부서 대부분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도 관광산업과(-33.1%), 관광정책과(-10.2%), 스포츠산업과(-14.1%) 등 크게 줄어든 곳까지 허다한 점에 비춰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제주도가 옥상옥 논란에 밀려 관련 조례조차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성, 운영중인 문화예술협치위원회와 문화정책과 예산 가운데 393억원에 대해 협의했다는 도의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김용범 의원은 27일 문화관광스포츠국을 대상으로 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법적 근거가 없는 협치위원회가 예산을 심의·자문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안창남 위원장은 "문화예술분야는 예산이 93% 증가한 반면 관광정책과·스포츠산업과는 그만큼 삭감되고 있다"며 "협치위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28일 도청 기자실에 기자간담회를 갖고 "담당부서에서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민예총·예총 추천 인사들이 참여한 협치위원회에 자문을 구했지만 심의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자문 내용은 예산안에 반영된 것도 있고 안된 것도 있다"고 해명했다.

원 지사의 발언은 그러나 협치위원회가 자문이든, 심의든 어떤 형태로라도 예산안 편성에 관여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원 지사나 담당부서는 형식적인 절차를 들어 예산편성의 정당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의혹의 빌미부터 제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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