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 '고령사회 제주' 노인복지의 그늘

▲ 최근 홀로 사는 노인과 저소득층 노인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인 이를 근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제공 등 실질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서귀포시 노인복지회관에서 열린 '노인일자리사업' 발대식 모습.
심리적 불안·사고위험 노출…일자리 등 절실
대부분 정부 정책 의존…지역현실 반영 미흡
 
제주사회는 이미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읍.면지역의 경우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하지만 제주는 노인복지 정책 등에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노인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도내 노인 현황과 복지 실태 등을 짚어본다.
 
△ '고령사회' 눈앞에 둔 제주
 
제주도 등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노인인구 수는 2011년 7만2580명, 2012년 7만6060명, 2013년 7만9455명, 올 들어 현재 8만1648명 등으로 3년 사이 12.5%(9068명)가 증가했다. 제주의 고령인구 증가추세는 향후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체 인구 대비 노인인구의 비중도 현재 13.5%로, 65세 이상의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를 넘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Aged Society)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 급증하는 독거·저소득층
 
이처럼 도내 노인인구가 늘면서 홀로 사는 노인과 저소득층 노인 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내 홀로 사는 노인은 2011년 1만2671명, 2012년 1만2877명, 2013년 1만6441명, 올해 현재 1만9674명으로 3년 사이 55.3%(7003명)가 증가했다.
 
이는 현재 도내 노인인구의 24.0%로 도내 노인 4명 가운데 한 명은 혼자 살고 있는 셈이다.
 
저소득층 노인은 2011년 3487명, 2012년 3491명, 2013년 4265명, 올해 현재 4597명 등으로 3년 사이 31.8%(1110명)나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홀로 사는 노인들은 외로움 등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사고 위험에 많이 노출되는 등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에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노인은 한 번 다치면 병원비 등으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검진 실시 등 질병예방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도 주문했다.
 
아울러 홀로 사는 저소득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 등의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현실과 거리가 먼 지원책
 
도내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도에서 진행 중인 노인복지정책사업은 정부의 노인복지정책사업과 연계돼 지방비가 매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도내 특수상황을 고려한 정책 수립이나 예산 집행이 어렵고 정부의 예산과 정책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나 제주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도가 자체 예산을 확보해 추진하는 노인복지정책사업은 노인고용촉진장려금과 80세 이상 노인대상 장수수당지급, 저소득 노인 이.미용료 지원 등이다.
 
하지만 이 중 일부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실제 장수수당지급사업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 80세 이상 장수노인에게 월 2만5000원의 장수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 금액으로는 노인들의 용돈 충당에도 미흡한 실정이다.
 
고승한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의 노인복지정책은 예산 등에서 정부 의존도가 높아 제주의 특성에 특화된 정책을 시행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수년째 제자리걸음 수준인 복지예산 확충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영진 기자

"물질적 지원에 앞서 한 번이라도 찾아주고 안부전화를 하는 정서적 지원이야말로 노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강경화 대한노인회 제주도연합회장은 "현재 노인들은 혼자 있다는 외로움이나 고독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물질적.금전적 지원에 앞서 방문이나 안부전화 등 정서적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 등을 이유로 젊은 사람들이 떠나면서 현재 도내에는 혼자 살고 있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혼자 지내는 노인들이 자식 등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에서 오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현재 노인복지정책은 저소득 노인에만 초점을 맞추고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노인의 경제력이나 건강상태 등을 고려, 노인의 여가와 사회 참여 등에 맞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예전에는 어른을 공경하고 이웃을 돕는 것은 당연한 미덕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에는 경로효친사상(敬老孝親思想)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어른은 젊은 세대의 스승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젊은이들은 노인세대를 공경하는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노인들도 도와주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먼저 나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노인이 노인을 돕는 '노(老)-노(老) 케어사업' 등을 더욱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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