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최고위원들의 건의사항을 청취한 뒤, “이 모든 것에 대해 총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면서 “건의내용을 오늘 저녁 심사숙고해 내일 당무회의를 통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에 한광옥 대표에게 내일 당무회의를 소집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오홍근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따라서 이번 민주당 내홍사태의 수습여부와 정국의 향방은 8일 오후 2시에 소집되는 민주당 당무회의가 최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 당이 처한 당면문제에 대한 고귀한 말씀을 듣고 저의 입장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겠다”면서 앉은 순서대로 발언토록 했다. 이에 한화갑 최고위원부터 김원기 취고위원까지 5분여씩 발언, “언론보도를 통해 그동안 거론된 얘기들이 모두 나왔다”고 오 대변인은 전했다.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끝난 뒤 김 대통령은 먼저 이번 브루나이 ‘아세안+3 정상회의’참석결과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세계적 동반침체를 겪고 있는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우리 경제는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나은 상태이고, 우리 경제는 분명히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강조하면서 “재보선 실패도 노력에 따라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내 자신 스스로 기대감을 갖고 최고위원 제도를 도입했으나 솔직히 미흡한 점이 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이 이날 간담회에서 최고위원제도의 ‘미흡’을 지적하고 최고위원들의 사의표명을 반려하거나 번복을 권유하지 않음으로써 최고위원들의 일괄사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8일 당무회의에서 김 대통령이 전당대회때까지 당을 임시로 이끌어갈 과도지도체제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당 지도체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고위원들은 인적 쇄신, 지도체제 구성, 전당대회 시기를 비롯한 정치일정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수습안을 건의하면서 김 대통령이 국정 및 인적쇄신 요구 등을 수용하는게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적극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진행남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