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8일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키로 함에 따라 향후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중대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총재직 사퇴는 한편으로는 집권여당으로부터 엄호를 받을 수 있는 `보호막"이상실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정파를 떠나 초연한 입장에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반대급부"도 있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절대 과반의석에서 1석이 부족한 136석을 차지하고 있는반면, 민주당은 118석에 불과한 상황에서 `소수여당"의 총재직 보유는 국정운영의 제약으로 작용해온 측면도 없지 않았다.

또한 민주당 내분사태로 인해 당을 일사분란하게 이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된 점도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물론이다.

김 대통령이 총재직 사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하게된 배경도 이같은 정국상황을 내다본 고도의 정치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우선 김 대통령은 야당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초당적인 국정운영을 해나갈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경제와 민생, 남북문제 등 국가적인 문제에 있어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8일 "김 대통령은 그동안 경제, 민생, 남북문제 등 국가적인 현안에 있어선 초당적인 협력을 강조해왔다"면서 "김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키로 한 배경은 경제를 중심으로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김 대통령이 당무에서 손을 떼고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통령은 ▲상시개혁과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회복 ▲서민 및 중산층 육성을 통한 사회안정 ▲원만한 남북관계 유지 ▲월드컵 대비 ▲내년 양대 선거의 공정한 관리 등 5대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는데 전력투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김 대통령이 조만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회담을 갖고 공정한 대선관리 등을 약속하면서 국정운영에 대한 야당측의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비협조적으로 나설 경우 김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한 직접정치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김 대통령은 민주당 총재직을 이양키로 한 만큼 연말로 예상되는 개각시민주당 출신 각료들의 거취문제도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김 대통령이 조만간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정기국회 상황임을 감안할 때 개각시기는 연말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를 유도하고 공정한 대선관리 의지를 명시적으로 표명한다는 의미에서 당적을 보유한 각료들을 퇴진시키고 순수한 전문가 출신으로 새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김 대통령은 이한동(李漢東) 총리도 정치색채가 약한 중립적인 인사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안으로는 레임덕 현상을 막기 위한 힘겨운 행보를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장"을 잃은 민주당이 대권후보 선출 문제 등과 맞물려 극심한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공직사회도 여야의 특정 대선주자에 대한 줄서기 현상 등으로 동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현실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경제와 남북문제 등 초당적인 과제 해결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레임덕 가속화를 막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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