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이양 결정은 기존 여야관계에 질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통령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극한 대치관계를 계속할 정치적 이유가 상당부분 사라졌고, 야당도 김 대통령을 적대시할 명분이 더 이상 없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이 총재직 이양을 계기로 중립적 위치에 서서 국정을 운영하고 대권경제엔 초연한 입장을 취하며 민생안정과 경제난 극복에 주력할 경우 초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환영하고 나섰다.

최병렬(崔秉烈) 부총재는 "대통령이 구국하는 일념으로 국정쇄신책을 제시할 경우 도와주지 않을 명분이 없다"고 말했고,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당정이 새로 개편돼 안정적 기조로 간다면 경제와 민생은 국민우선 원칙에 따라 최대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간 `물과 기름"처럼 극한 대립해온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관계는 크게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협력관계, 이른바 `한.자공조"에도 적잖은 변화가 수반될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여야 3당이 정책과 사안별로 공조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기존 여야관계의 벽이 허물어지는 `탄력적인 여야관계"가 구축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찌됐든 당장 여야간 현격한 시각차로 파행이 예상돼온 국민건강보험법, 남북교류협력법, 남북협력기금법, 교육공무원법 등 법안 처리 과정에서부터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 파산법, 이자제한법 등 민생관련법 처리과정에서도 전례 없이 `대화와 타협" 정신이 존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김 대통령은 이미 공정한 선거관리를 누차 다짐해왔기 때문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명선거 분위기도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김대통령이 총재직을 떠나더라도 당적을 유지하는 한 야당 공세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당적이탈 논란이 제기되면서 여야관계가 삐걱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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