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파장은 기존 정치권 지형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총재직 이양에 따른 조기전당대회가 불가피해진 입장에서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급류를 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대선주자들의 각개약진으로 대선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당권을 둘러싼 동교동계 신구파간 갈등, 대권을 둘러싼 이인제-반(反)이인제 진영간 투쟁이 가열될 경우 자칫 분당사태로 이어지고 그 파장이 야당에도 미쳐 `개혁신당" 또는 `보수신당" 창당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나라당은 이런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속의원 136명전원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를 확신하고 있고, 여권이 야당 분열을 추진할 추동력을 상실, 정계개편을 시도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여당의 분열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8일 "여당 내부의 동질성이 떨어지고 구성이 복잡한 데다, 17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여권 핵심부의 통제력 약화 등을 감안할 때 여권은 어떤 형태로든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정가에서는 여권의 분열이 야당 분열을 재촉, 정치권이 보혁(保革)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이미 한나라당 비주류 중진인 이부영(李富榮)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개혁신당" 출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특히 이 의원은 지난 1일 "중도적 입장에서 타협하고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 하며 이제 조건이 성숙해졌다"고 말했고, 김 의원도 6일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토양이 갖춰져 있다"고 신당 출현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 중진의 이같은 발언은 당연히 이들이 몸담고 있는 `화해전진포럼"이 신당 창당의 모태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와는 달리 김영삼(金泳三.YS) 전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JP) 자민련 총재가 주축이 된 보수신당 탄생을 점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JP는 줄기차게 내년초 신당 창당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고,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도 여기에 적잖은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김대표 논리는 YS의 민주화세력, JP의 근대화세력, 재야세력의 결합위에 한나라당 박근혜, 무소속 정몽준 의원, 이수성 전총리 등을 영입, `반(反) 이회창 연대"를 명분으로 하고 `DJ 이미지"가 탈색된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류를 감안, 일각에서는 개혁신당이나 보수신당이 빠르면 내년초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신당이 세규합에 성공할 수 있을지, 또 현 정치권 구도의 지각변동을 몰고올 정계개편이 과연 가능할지 회의론도 적지 않아 신당 창당 움직임은 향후정치상황에 따라 실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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