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8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총재직 사퇴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자 "지켜보자"면서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와함께 그동안 당내 쇄신파들로부터 집중적인 표적이 되어온 박지원(朴智元)정책기획수석이 이날 오전 김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 수리되자 향후 국정운영 등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대다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결심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탓인지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이냐"고 보도진에게 되묻는 등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홍근(吳弘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 당무회의에서 김 대통령의 결심내용이 발표된다. 어젯밤에 대통령께서 많은 생각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변인은 `대통령의 결심 내용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 "지켜보자"면서 함구로 일관했다.

한 고위관계자도 김 대통령 총재직 사퇴와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 "누구에게 확인했느냐. 나는 모르는 일이다. 총재직 사퇴와 관련한 보고서를 올린 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총재직 사퇴가 사실이라면 이는 김 대통령의 독자적인 결심일 것"이라면서 "경제를 중심으로 국정운영에 전념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인적쇄신 등을 요구하며 김 대통령을 압박해온 일부 대선 주자들과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총재직 사퇴라는 단안을 내린데에는 대선경쟁을 의식해 무분별하게 처신해온 일부 대선주자들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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