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고교들이 8일 수험생들을 상대로 대입수능시험을 가채점한 결과 계열별로 상위권 학생들의 점수가 작년보다 30~40점, 중.하위권은 50~60점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370점대 이상 상위권은 얕게, 중.하위권은 두텁게 형성되는등 점수분포대가 `상박하후(上博下厚)형"이 될 것으로 보여, 올 대학입시에서 수능점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를 가늠하는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이 매우 어렵게 출제되고 영역별로 고난이도 문제가 골고루 출제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이해찬 1세대"인 현 고3생의 경우 370점 이상 고득점이 상당수 줄어들고 상위권이 340~350점대로 `하향 평준화"되면서 일선고교의 입시지도에 극심한 혼선이 예상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재수생들의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능점수의 하락이 극심하게 나타남에 따라 정시모집 합격선이 낮아지고 수험생들의 안전지원으로 `눈치작전"이 극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배화여고 김호문 진학지도부장은 "평소 370점대를 받았던 학생의 경우 가채점 결과 347점 정도를 받았고, 평소 350~360점을 받았던 학생은 310점대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풍문여고 3학년 주임 김길동 교사는 "중.상위권으로 분류되는 340~350점대 학생들 대부분 30~40점 가량 점수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 반에서 수능 350점대 이상의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 것 같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김 교사는 "수능성적의 극심한 저조로 인해 내가 아는 학생 중에도 서울대 수시모집 최종합격이 우려되는 학생이 2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서울고 김영규 3학년 진학부장은 "지난해는 물론, 99년보다도 더 어려운 수능이었다"면서 "370점대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지난해 같으면 395점 이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최소 20점 이상 떨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특히 성적이 내려갈수록 점수 하락폭은 더 크다"면서 "중.하위권 학생들의 입시지도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상문고 노정옥 3학년 진학주임도 "모의고사 370~380대의 학생의 경우 20점 가량 떨어지는 등 상위권의 경우 최고 30~40점대, 중.하위권은 50~60점 가량 낮아진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 모 고교의 경우 평소 모의고사에서 390점대를 받았던 학생이 가채점 결과356점으로 나타나고 380점대 학생이 330점 이하로 떨어지는 등 매우 저조한 성적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학교에서는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 8명 중 370점대 1명을 제외하고는 7명 모두가 350~360점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350점 이상이 반당 2~4명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수능지수 폭락"는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와 과학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원외고의 경우 360점 이상 상위권 학생의 경우 30점 안팎에서 성적이 하락했으며, 중.하위권은 40점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서울과학고 강요식 고3 주임은 "지난해에 비해 40~50점 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평소 모의고사 성적 380점 이상이 30여명에 달했지만, 이번 수능에서는10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수생들의 경우 점수 하락폭이 390점대 최상위권의 경우 20점 안팎으로, 370~380점대는 30점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재학생들의 하락폭보다는 나은 것으로 분석돼 강세가 예상된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현 고3생들의 심각한 학력저하 현상을 감안하면,재학생의 점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재수생보다 훨씬 더 커질 것 같다"면서 `재수생강세"를 예고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평소 모의고사에서 380~390점대를 받았던 학생들이 한 반에서 65~70명 가량 분포됐으나 올 수능이 어려워 한 반에서 380점 이상을 맞는 학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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