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끝난 2002 수능 평가시험의 난이도가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지난해 동점자 처리로 골머리를 앓았던 대학입시관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대학 서열화와 고교교육의 입시학원화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대 유영제 입학관리본부장은 8일 "변별력 강화라는 점에서 수능이 지나치게 쉬운 것보다는 이번 수능이 나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들쭉날쭉한 난이도는 전형요소별 반영비율 등 이미 세워놓은 대학의 입시정책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만큼 일정한 난이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그동안 쉬운 수능으로 인한 변별력 약화와 학력저하 문제 등을 지적하며, 수능 Ⅱ 도입의 필요성 등을 제기해왔다.

고려대 김승권 입학관리실장도 "대학 입장에서는 우수학생 확보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어려운 수능으로 변별력이 높이는 데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대학관계자들은 지난해 지나치게 쉬운 수능 때문에 당시 입학한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수학능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수능이 일정기준 이상의 변별력을 갖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조지형 입학부처장도 "수능 Ⅱ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수능은 기초학력 평가와 변별력 평가라는 시험의 기능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연세대 김하수 입학처장은 "지난해에 너무 쉬웠던 수능이 정상화됐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수능등급제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고교 재학생들이 수능준비에 매달리는 계기가 돼 고교교육이 점수따기 교육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고교교육이 지나치게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강대 강재효 입학처장도 "올해 수능의 난이도 정도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갑자기 난이도가 높아지면 일선고교에서 입시지도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균관대 박재완 입학처장은 "수능문제가 너무 어려우면 상위권 대학의 서열화만 부추기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변별력 평가를 중위권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각 대학에서 대학의 특성에 맞는 학생들을 선발하는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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