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오일사 vs 석유생산국 '저유가 버티기' 게임

▲ 국제 유가 하락으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휘발유 가격이 ℓ당 1천400원대인 주유소가 등장했다.
올해 초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던 두바이유 가격이 60달러 붕괴를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3천만 배럴 생산 목표치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3차 오일전쟁'이 시작됐다. 전쟁의 방식은 전통적 석유 생산국과 미국 셰일오일사 가운데 '저유가'를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이다. 
 
유가가 계속해서 떨어지면 생산원가가 높은 쪽부터 문을 닫게 되고, 공급량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원위치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원가는 37달러∼75달러까지 다양하다. 셰일오일은 시추에서 생산까지 석 달밖에 안 걸리다 보니 소규모 에너지회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생산원가가 20달러가 안 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왜 우리가 생산을 줄여야 하느냐"며 '감산 불가' 방침을 재차 표명해 유가 하락에 가속도를 붙였다.
 
사우디의 목표는 유가를 떨어뜨려 미국 '셰일오일' 회사들을 고사시키고, OPEC의 시장 지배력을 재확인해 에너지패권을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유가가 30∼4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유가 하락이 어디서 멈출지 명확하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베네수엘라가 국가파산을 피하려면 배럴당 120달러선을 유지해야 하고, OPEC 비회원국인 러시아도 배럴당 100달러는 돼야 재정 적자를 면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오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전쟁'으로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들을 압박하는 구도가 됐다.
 
국내 정유업계와 전문가들은 "연초에 올해 두바이유 가격이 40% 폭락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고삐 풀린 유가 하락세가 어느 선에서 멈출지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소비와 맞물려 공급과잉 상태가 언제 해소되느냐에 따라 저점이 달라질 텐데 현재 상태로는 예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유사 관계자도 "내년 초까지 유가의 단기 약세는 불가피하다"며 "현재 상황에서 유가 바닥이 얼마인지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다만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수요 증가와 저유가 지속으로 인한 신규투자에 따라 내년 하반기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보센터장은 "배럴당 60달러선이 위협받으면서 고비용 유전들이 가동을 멈추기 시작할 것"이라며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50달러 중반대 가격이 저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점에 다다르면 저유가 상태가 상당기간 유지된 다음 다소 반등하면서 조정과정을 거쳐 60달러대, 나중에는 70달러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도 50달러 중반을 저점으로 보고 있다.
 
문 실장은 "일시적으로는 40달러선까지도 내려갈 수 있지만 월평균 가격으로 보면 50달러 중반이 될 것"이라며 "셰일오일사들은 소규모 기업이고, 석유 생산국들은 어찌됐든 나라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생산원가가 높은 셰일오일사들부터 차례로 손을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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