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철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제주도가 편성한 2015년도 예산안 처리가 제주도의회의 부결처리로 파행을 겪고 있다. 


도와 도의회의 예산편성에 대한 힘겨루기로 연내에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준예산'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해 논란은 확산되고 도민들은 실망하고 있다. 

이번 제주도 예산안 부결사태로 제주도는 협치 논란부터 이어진 무원칙한 도정운영이 예산과정에 까지 반영되면서 도의회 심사결과마저도 부정하고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또한 제주도의회는 예산편성 때마다 불거져 나온 지역구 챙기기 문제를 투명하게 정리하지 못한 채 과거에 비해 지역구 선심성 챙기기는 다소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납세자이자 주권자인 도민들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것이 2015년 예산안을 둘러싼 풍경이다.  

무엇보다 예산안 파행은 정치적 논리에서 비롯된 힘겨루기가 그 본질인 만큼 향후 제주도와 도의회의 관계 정상화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역사회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도의 예산편성 내역에 대해 의회가 견제하고, 반대로 계수조정의 타당성에 대해 도정이 동의권을 행사함으로써 상호견제가 이뤄지는 것이 정치로, 도와 도의회의 의견충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 도를 넘어서고 말았다. 

제주도 예산안 부결사태의 원인이 예산심의 과정에서 도의회를 압박하고 무시해왔던 제주도의 태도나, 지역구 챙기기로 비춰지는 도의회의 일부 예산 증액에서 기인한다기 보다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민간지원 예산의 문제가 이번 도와 도의회의 다툼으로 그 민낯이 드러난 것으로 보고있다. 

기초의회가 없음으로 해서 읍면동의 소규모 행사 지원이나 마을단위 시설 보강 등의 예산들을 도의원들이 살펴야 하는 고충을 이해 할 수 있다. 이러한 민간지원 예산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요구한 제주도의 예산개혁의 의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파행이전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사전협의 속에서 예산편성의 원칙과 기준을 공개화하고 합의를 했었다면 지금처럼 비화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근본적으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지금의 사태는 예산편성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이야기다.

제주도 예산안 부결의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이 받게 되어 있다. 이제라도 도민들을 위해 양측이 진실한 자세로 대화와 소통을 해야 한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현재의 상황을 감정의 문제, 힘겨루기, 길들이기 수준으로 인식해서는 안될 것이다. 양쪽이 극한대립으로 치닫기 보다는 예산을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예산협치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예산개혁을 위한 공론화에 함께 나서고 합의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되고 있는 민간지원예산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제도로 보완하고 그 기준과 절차 및 사후정산을 강화하는 등 예산제도의 합리적 개혁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도는 주민참여예산제 확대를 비롯해 실질적 예산편성에 있어서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도의회 역시 당당한 의정활동이라면 계수조정 과정의 비밀주의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도와 도의회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서 협력의 관계를 모색하는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도민이 바라는 바임을 이제라도 인식해 주길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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