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8일 민주당 총재직 사퇴라는 중대 결단을 내림에 따라 향후 국정운영 전반과 차기 대선구도등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김 대통령이 임기를 1년3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여당 총재직을 떠나는 전례없는 결단을 내린 것은 경제와 남북문제등 국정현안에 전념하는 한편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 문제등에 초연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또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는 집권여당으로부터 엄호를 받을 수 있는 ‘보호막’의 상실을 뜻하는 동시에 정파를 떠나 초연한 입장에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는 의미도 지닌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절대 과반의석에서 1석이 부족한 136석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118석에 불과한 상황에서 ‘소수여당’의 총재직 보유는 국정운영의 제약으로 작용해온 측면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의 내분사태로 인해 당을 일사분란하게 이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된 점도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시기를 앞당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통령이 총재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선택하게 된 배경도 이러한 정국상황을 내다본 고도의 정치적 결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김 대통령은 야당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초당적인 국정운영을 해나갈 것이 확실시 된다.

 특히 경제와 민생, 남북문제 등 국가적인 문제에 있어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 갈 전망이다.

 한나라당도 김 대통령이 당무에서 손을 떼고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대통령의 당 총재직 사퇴로 인해 민주당의 항로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각개약진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들은 차기 총재 및 후보 선출에 ‘김심’(金心)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당내 기반과 국민적 지지 확대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돼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속에 파열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대통령은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만큼 연말로 점쳐지는 개각시 민주당 출신 각료들의 거취문제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를 유도하고 공정한 대선관리 의지를 명시적으로 표명한다는 의미에서 당적을 보유한 각료들을 퇴진시키고 순수한 전문가 출신으로 새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김 대통령은 이한동 총리도 정치색채가 약한 중립적인 인사로 교체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안으로는 레임덕 현상을 막기위한 힘겨운 행보를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대권후보 선출 문제 등과 맞물려 극심한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공직사회도 여야의 특정 대선주자에 대한 줄서기 현상 등으로 동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현실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경제와 남북문제 등 초당적인 과제 해결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레임덕의 가속화를 막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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