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홈스에 X-트리 등장, 시에라리온은 모임 금지 등 풍경 다채로워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테러도, 서아프리카를 휩쓴 에볼라 바이러스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기쁨을 이기지 못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절 전야인 24일(현지시간)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아르빌 교외의 안카와 난민촌에 전화를 걸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공격에 쫓겨나 고단한 생활을 하고 있는 기독교 난민들을 위로했다.
 
그는 난민들에게 "오늘 밤, (갈 곳 잃은) 여러분은 마치 예수 같다"며 "나는 여러분과 가까이 있으며 당신들을 축복하겠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성탄 전야 미사에서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겪는 문제에 더 깊이 공감해야 한다"며 "세상에는 친절과 따뜻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기독교인들이 폭탄 공격에 대비한 방폭벽으로 둘러싸인 한 교회에서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성탄 전야 예배를 올렸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참석자들은 올여름 IS가 점령한 제2의 도시 모술,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 등에서 밀려나 난민 신세가 된 수천 명의 이라크 기독교인들을 위해 기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이날 영국과 독일 군인들이 '크리스마스 휴전 축구'를 수도 카불 인근의 한 모래밭에서 재현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당시 양국 군인들은 성탄절 전야와 성탄절 이틀 동안 잠정 휴전이 합의되자 상대를 겨누던 총부리를 거두고 전장에서 담소를 나누며 축구를 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아프간에서의 '성탄절 전야 축구'는 탈레반의 테러 위협 때문에 폭탄 공격에 대비한 콘크리트 방폭벽 사이에서 진행됐다.
 
아기 예수의 탄생지로 알려진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에는 올해도 전 세계 에서 많이 사람들이 찾아와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이번 성탄절은 지난 7∼8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50일간 전쟁이 있은 후라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더욱 특별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예수 탄생 교회 인근 광장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이와 함께 아랍어로 "우리가 성탄절에 원하는 것은 정의뿐"이라고 쓰인 큰 포스터가 붙었다. 
 
팔레스타인 관광부 관계자는 "우리가 성탄절에 원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지배 없이 우리의 독립국에서 전 세계 다른 사람처럼 살 권리"라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격전을 벌였던 시리아 중부 도시 홈스에도 크리스마스트리가 수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홈스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반군에 장악됐다가 5월 반군의 철수로 다시 정부군에 넘어왔다.
 
오랜만에 성탄절을 기념하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홈스에서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것은 아니다. 홈스로 돌아온 주민들은 아직 많지 않은 탓이다. 
 
피란 후 돌아온 한 주민은 "이웃들이 돌아올 때까지 성탄절을 기념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7천500여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도 예년과 다른 성탄절 전야 풍경을 만들었다. 
 
에볼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서아프리카 3개국 중 하나인 시에라리온에서는 당국이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해 향후 5일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고 시장, 상점 등에도 운영 시간을 줄이라고 요청했다.
 
다만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대통령은 "성탄절에 교회에 가는 것은 허용된다"면서도 "예배를 마치고 즉시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시위가 벌어졌던 홍콩에서는 이날 약 100명이 성탄절 전야를 맞아 시위를 벌였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번 시위는 15일 마지막 도심 점거 시위 캠프가 철수된 이후 처음으로 참가자들은 "우리는 진짜 보통선거권을 원한다"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 정부청사로 행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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