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더 큰 생각, 더 큰 제주 성과와 과제 5. 문화 경쟁력 답보

밭담·해녀 등 보유 유산 많아도 활용은 감감
자생력 한계 노출…'문화이주' 가능성 확인
 
화이부실(華而不實). 올 한해 '제주 문화'는 이 사자성어로 정리된다. 연초부터 문화융성과 '유산'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며 '더 큰 생각'이 기대됐지만 자생력과 경쟁력에 있어 자리보전에 급급 하는 등 '더 큰 제주'에 이르지는 못했다.
 
제주밭담의 농업유산 등재나 제주·.3 국가추념일 지정,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 등 전국은 물론 세계적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굵직굵직한 아이템은 '선언' 수준에 머물렀고 제주문화원형 활용 역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2009년 해녀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주문했던 '생업의 문화유산화'는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과제로 남겨지며 보존과 활용의 딜레마를 자초했다. 밭담 등 후속 주자들의 발목을 잡는 등 '유산 공화국'이라는 씁쓸한 수식어를 남길지 모른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실제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 시점이 2016년으로 예고된 상황에서 내년 해녀문화보존.전승 예산은 3000만원에 불과하다. 해녀탈의실 디자인 변경과 유네스코 방문 등에 편성된 예산을 감안하면 제주도의 '문화유산 정책'단면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무형은 물론 흰개미.재선충병으로 노출된 유형 문화재 관리도 우려 수준을 넘어섰다. 
 
대내적인 상황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 올 초 '전국 첫'을 내걸고 출범했던 '제주자치도문화융성추진단'과 이후 만들어진 제주문화융성위원회 모두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유야무야 자취를 감췄다.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제주도립미술관장 등 문화계 수장 인선 작업에서 불거진 잡음으로 원치 않는 '선거 후유증'과 '행정 불신'까지 겪었다. 지역문화예술단체의 자생력과 예산 배분이란 '해묵은 숙제'는 올해 '제주도미술대전 개최'를 둘러싼 한국예총제주도연합회와 제주도미술협회 간 갈등으로 표출됐고, 지역 대표 행사들은 제주에서 열린 대규모 이벤트의 '들러리'로 아쉬움을 샀다.
 
제주도의 문화정책 부재가 안타까웠던 만큼 민간 차원의 움직임은 가능성으로 해석된다. 문화이주의 역할도 컸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원도심에 크고 작은 문화 인프라와 사람이 들면서 문화예술을 통한 부활 기대감을 높였다. 섬 곳곳에서 펼쳐진 플리.프리마켓은 제주의 특징적인 문화예술상품으로 성장하며 도내.외 관심을 끌었다. 올해 서귀포예술의전당 개관과 내년까지 2개년 사업으로 추진 중인 아시아CGI 애니메이션 창조센터 등 문화융성을 위한 여건은 보다 나아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경쟁력으로 만드는 것이 '제주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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