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춘 제주발전연구원장

   
 
     
 
지난 1일 제주발전연구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취임일을 제주발전연구원의 제2의 개원일로 생각하고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라'는 도민의 준엄한 요구에 창업의 마음으로 부응하자고 결의를 다졌고 연구원 식구들을 독려하였다.

또 지난 5일 연구원 연찬회에서는 "우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Let our hearts beat again)"는 스티브잡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개인과 조직의 '변화와 도전'을 화두로 제시하였다.

스티브잡스가 애플제품에 대한 폐쇄적인 정책을 고집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밀리게 되고 이로 인해 애플에서 쫓겨나게 되었으나 다시 애플로 복귀하면서 직원들을 향해 던진 일성이 "예전에 우리가 일을 할 때는 우리의 심장이 뛰었었는데 제가 다시 애플로 돌아와 여러분을 보니 심장이 뛰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합시다"이었다. 일에 대한 열정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첫 직장에 첫 출근하면서 가졌던 초심을 회고해 보면 '내가 언제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의 초심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울 것이다. 첫사랑에 느꼈던 감정을 회고해 보면 순수하고 아름다웠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초심과 첫사랑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일이다. F.M. 알렉산더는 "일상의 모든 사소한 행위들을 마치 그것을 처음 해보는 것처럼 여겨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날마다 공부하고, 날마다 연구하여, 날마다 새로워져서 날마다 진보하는 것이 우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이다. 제주도민과 제주후손의 삶의 수준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한책임을 가지겠다는 것이 우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이다.

군인이 전쟁터에서 전사하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며, 등산가가 산에서 산화하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듯이 연구자는 연구의 현장에서 '혼을 다한 연구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이다. '우문현답(愚問賢答)' 즉,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현명한 대답을 해 주는 것이 연구자의 능력이기도 하기만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고 인식하는 것이 우문현답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대학교에 22년 동안 봉직하면서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제주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제주도민과 우리 후손들의 '삶의 수준' 및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깊은 성찰과 정책대안을 제시하는데 나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것이다.

제주대학교가 위치한 200m 고지인 산에 주로 살다가 가끔씩 속세로 내려올 때는 느끼지 못했던 치열한 긴장감을 속세로 이주하면서 뼈 속 깊이 느끼며 지난 한 달의 시간을 보냈다. 라틴어에 '걸으면 해결된다(Solvitur Ambulando)'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지난 15년 동안 매일 5㎞씩 걸어 왔으므로 산적한 난제들이 해결되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걸어야 할 길을 걸을 때 문제는 풀린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을미년을 맞이하고자 한다.

을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여러분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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