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사이드] 1. 새벽을 여는 환경미화원

▲ 모두가 잠든 새벽에 일터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6시30분께 제주시 월랑로10길 도로변에 설치된 클린하우스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김대생 기자
압축차량 3명 한조 이뤄
새벽 6시부터 수거 시작
"몰지각 행태에 허탈해도
자긍심 갖고 일터 나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는 '내일'이 있다. 이들이 만드는 내일은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지역사회에 희망이 된다. 을미년 새해를 맞아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땀 흘리는 '일꾼'들의 삶을 찾아간다. 
 
갑오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6시. 제주시 노형동 한 좁은 골목길에 클린하우스 쓰레기 수거차량이 어둠을 뚫고 모습을 보인다. 
 
빼곡히 주차돼 있는 차량 사이로 청소차량이 멈춰선 순간 환경미화원들의 쓰레기 수거 전쟁이 시작됐다. 새벽의 적막이나 겨울추위를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분리수거함 덮개를 열때마다 환경미화원들의 한숨이 새어 나왔고 이들의 손을 거쳐 제대로 된 분리수거가 이뤄진 뒤에야 차량 거치대에 실린 수거함이 비워졌다.
 
환경미화원들은 이때가 가장 사고위험이 높다며 차량 적재함 압축기 앞에 서 있는 기자부터 챙겼다.
 
압축과정에서 흰색종량제봉투에 담긴 유리병이나 가연성 수거함 바닥에 버려진 고철, 캔 등의 파편이 튀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량제봉투 안에 든 이쑤시개나 생선가시, 깨진 유리조각 등에 미화원들의 손은 하루도 성할 날이 없다.
 
종량제봉투가 터져 나오는 악취는 코를 막아도 얼얼할 정도였다. 헛구역질은 고스란히 미안함이 됐다.
 
이렇게 주민들이 단 꿈을 꿀 때 환경미화원들은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깨어 움직인다. 
 
클린하우스 압축차량에는 차량 운전자를 포함한 3명이 한 조가 돼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수거에 나선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환경미화원들은 노형동 일대 클린하우스를 수거하는 조다.
 
특히 월·화요일은 평소에 비해 쓰레기양이 1.5배 많아 2~3차례 돌아야 한다. 클린하우스 한 곳당 5~10분 내에 끝내야 하지만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탓에 배 이상 걸린다.
 
안전을 이유로 '발판 밟기' 관행이 금지돼 내렸다 탔다를 반복하다보니 체력 소모도 커지고 어깨와 무릎에는 통증을 달고 산다.
 
올해 6월 퇴직을 앞둔 28년차 박종안씨(57)는 "눈 앞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청소차량을 향해 경적을 울리는 시민들을 볼때면 허탈하다"며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자긍심을 갖고 거리를 나선다"고 말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깨끗한 지역사회를 위해 묵묵히 일한 환경미화원들에게는 '사람냄새'가 났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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