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경남대 교수·논설위원

   
 
     
 
최근 학교교육을 통하여 길러내야 할 인간상에 대한 논의가 창의적인 인간으로 모아지고 있다. 창의적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잘 융합하여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새롭게 생각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개인들이 융합적 지식 기반 사회를 잘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개인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면서 살아간다. 일하는 환경 자체가 집단적으로 협력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일하는 고립적 환경으로 변화하는 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가 당면하는 문제들은 여전히 여러 사람들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본래적으로 인간은 여러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이 점에서 창의적 인간도 다른 사람과 함께 공동체적으로 생활하는 인간으로서 특성을 지녀야 한다. OECD에서는 이를 이질적인 집단과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관계능력이라고 했다. 다름 아닌 민주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시민은 우선, 민주주의 원리와 의사결정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인간존중·자유·평등·정의 등 민주주의의 원리에 대한 기본개념과 가치, 참여·타협·관용 등과 같은 실천 원리, 더 나아가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의사결정 능력 등을 체득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자유와 평등, 인간의 존엄, 민주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안목과 시각을 가지고 있다. 

민주시민은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사람이다.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민주시민은 '빨리 빗자루를 들고 자기 청소 몫에 해당하는 교실의 일부분만을 쓸고 가게'하는 극단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오염된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 수가 없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사회생활에서 사랑의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하고 있어야 한다.

타인의 이익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자유를 절제할 줄 아는 마음, 나만을 위하기보다는 우리를 위할 줄 알고, 타인의 고통을 함께 할 줄 아는 마음, 모든 계층·지역의 삶의 세계를 편견 없이 수용하는 마음, 남녀가 조화롭게 살아갈 능력을 가진 인간이 바로 민주시민이다. 

민주시민은 주체적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인간은 정해진 프로그램에 의해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단한다. 이러한 사람은 자기 자신의 고유한 삶을 창조하고 구성한다.

또한 제한된 사회습관 안에서 특정한 가치관을 되돌아보기보다는 개방적 마음으로 전체를 돌아보는 자기반성능력을 가지고 있다. 민주시민은 이렇게 자유에 근거하여 자기의 삶을 선택하고 반성할 줄 아는 인간이다.      

민주시민은 권리와 책임을 균형 있게 의식하는 인간이다. 자율성의 행사에는 반드시 권리와 책임을 조화시켜야 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외부로부터의 지시와 간섭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함을 깨닫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줄 아는 인간이다. 민주시민은 이렇게 항상 열린 마음으로 자기갱신에 힘쓰며 다양한 선택과 자기결정의 기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되, 자기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인간이다. 

요컨대 학교교육은 창의적인 인간을 기르되,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일할 줄 알고 함께 살아갈 줄 아는 민주시민을 길러야 한다. 창의적 인간만으로는 우리 사회가 행복할 수 없다. 민주시민으로서 자질을 가진 창의적 인간만이 우리 사회를 행복한 사회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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