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도·의회 예산 졸속처리 점입가경

▲ 새해 제주특별자치도 예산안이 지난달 29일 제주도의회 제325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졸속 처리,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문화 육성·1차산업 경쟁력 강화 차질 불가피
경기부양 밀접한 국비보조·SOC사업 추진도 제동 
기관·단체 운영비 삭감 인건비 미지급 사태 우려
 
새해 제주특별자치도 예산안이 제주도의회에서 졸속 처리되면서 막대한 자금 집행이 제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1차산업 경쟁력 강화를 비롯해 문화 육성, 국비보조사업, SOC(사회간접자본)사업 등에 차질이 예상되며, 기관·단체 운영비 삭감에 따른 인건비 미지급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한계
 
올해 제주도 예산안 3조8194억원 가운데 1636억원이 삭감,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FTA(자유무역협정) 등 시장개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1차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1차산업 경쟁력 강화 및 문화선도사업비로 편성됐던 924억원이 도의회에서 삭감됐기 때문이다. 
 
가공용감귤 수매가격 차액보전 사업비 50억원 중 49억원이 삭감됐고, 감귤원 간벌지원사업비와 원예작물 자조금 지원사업비, 채소류 수급안정 지원사업비 등은 전액 삭감됐다. 
 
또 제주양채류 웰빙식품 전략산업육성, 제주본초 브랜드 마케팅 강화사업, 제주무 브랜드 경쟁력 강화사업비 등도 삭감, 1차산업 육성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비보조사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용암수 융합산업 육성과 연안바다 목장화사업, 지열냉난방시설 설치지원사업,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비 지원사업 등 53개 항목에 편성됐던 269억원이 삭감되면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지역경제 부양을 위해 편성된 SOC사업과 관련해서도 404개 항목 590억원이 감액된 것으로 파악됐다. 
 
원도심 지역 주차장 부지 매입, 평택항 종합물류센터 유지보수, 문화재구역 토지매입, 무인항공방제 헬기도입 시범사업 등 각종 사업이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단체 운영난 불가피
 
도내 기관·단체 운영에 필요한 법정경비까지 식감되면서 자칫 인건비 미지급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산안 분석결과 법령이나 조례 등을 근거로 편성된 법정필수경비 가운데 제주관광공사 출자금, 평생교육진흥원 운영비, 한국지역진흥재단 출연금 등 24개 항목 197억원이 삭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조직운영경비로 편성된 115개 항목 10억7400만원도 삭감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중 서울본부 사무실 임차료 및 관리비, 보건소 공중보건의사 숙소 임차료, 행정시 권한강화지원위원회 수당 등은 전액 삭감, 대민행정과 중앙절충 차질 등이 우려되고 있다. 
 
심지어 서귀포시 지역 7개 보훈단체 운영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새해 예산안 졸속 처리로 인해 일부 기관·단체들은 준예산보다 못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경필 기자

인터뷰 / "좌광일 제주경실련 사무처장

"새해 제주도 예산안 처리문제를 둘러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갈등정국은 도민들을 배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처사다"

좌광일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015년 제주도 예산안 졸속 처리문제를 두고 이같이 지적했다.

좌 사무처장은 "새해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양 기관의 극한 감정대립과 함겨루기 등 볼썽사나운 모습은 도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줬다"며 "도민은 안중에도 없이 서로 선심성 예산을 편성하고 증액했다면서 진흙탕 싸움을 벌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예산은 흥정의 대상이나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양 기관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며 "단 한 푼의 예산이라도 도민을 위해 투명하게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 사무처장은 "제주도와 도의회가 예산제도의 혁신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약속한 만큼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예산제도 혁신기구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예산제도의 불합리한 부분과 예산심사과정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개선과제를 발굴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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