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 등 논란 여전
업체간 구도 고착화 지적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이동통신사의 불법 보조금 살포와 이로 인한 '호갱'(호구+고객) 현상을 뿌리 뽑자는 게 그 취지다. 즉 보조금에 상한선을 두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 보조금 차별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거품이 낀 단말기 출고가격을 끌어내리겠다는 목적이다.
 
당초 이통사 보조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개하는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려다 무산되면서 일부 비판이 뒤따랐고 단통법 시행 초기에는 이통서비스 가입자 수가 급감하는 등 시장의 혼란도 빚어졌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통신요금을 내리거나 합법적 보조금을 인상하는 등 단통법 체제 하에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이통시장은 서서히 안정세를 찾는 모양새다.  
 
 
그러나 단통법의 성패는 이통시장 질서 바로잡기와 아울러 가계 통신비 인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느냐에 달렸기 때문에 법 시행 효과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 통신비 내리고 지원금 올리고…이통업계 경쟁 본격화
 
불법 보조금을 뿌려서라도 가입자 뺏기에 몰두하던 이통 3사들은 단통법 시행 이후 전면적인 통신 요금 내리기 경쟁에 들어갔다.
 
이통사들은 우선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요금약정할인반환금(위약금) 제도를 앞다퉈 폐지했다. 위약금은 소비자들로부터 오랫동안 원성을 들었던 대표적인 이통사 정책 가운데 하나였다. KT[030200]가 지난해 11월 가장 먼저 위약금을 물리지 않는 '순액요금제'를 출시했고 SK텔레콤·LG유플러스가 차례로 위약금 제도를 없앴다.  
 
또 가입비 폐지(SK텔레콤), 피처폰 데이터요율 인하(SK텔레콤·KT), 청소년 안심데이터 요금제(KT), 온라인 몰 가입·지인 추천 할인 요금제(LG유플러스) 등 이통사별 요금 내리기 경쟁은 지난해 연말까지 계속됐다.
 
이통사들이 줄지어 단말기 출고가를 내린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최신 고사양 단말기는 물론 단말기 최초 출시 가격 자체가 하향하는 현상도 목격됐다.
 
단통법 시행 이후 출고가가 내려간 단말기는 총 35종으로 이통 3사가 공통으로 출고가를 깎은 단말기는 8개에 이른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6일 "기존에 100만원을 상회하던 최신 스마트폰의 출고가는 단통법 시행 이후 100만원 미만으로 설정되는 추세"라면서 "이는 단통법 시행에도 출고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외부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 시행 초기 서로 눈치 싸움을 하며 공시지원금(보조금) 인상에 보수적이던 이통사들의 입장에도 차츰 변화가 일었다. 최신·인기·15개월 이상 단말기 할 것 없이 이통사들의 보조금 규모는 단통법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에는 이통 3사가 구형이 된 삼성전자[005930] 갤럭시노트3의 지원금 인상 경쟁에 나서면서 이 모델에 대한 지원금은 출고가와 같은 88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신 단말기에 출고가에 준하는 보조금을 줘 사실상 공짜폰을 만든 것은 단통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시장에 어느 정도 정착을 하면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던 이통사들도 의구심을 버리고 보조금 인상에 돌입한 것"이라며 "보조금 인상 경쟁은 이제 구형 모델에서 신형 모델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체감 통신비는 그대로"…5:3:2 판도만 공고화
 
단통법이 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지난 100일간의 성과를 지켜볼 때 궁극적 목적인 가계 통신비를 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면 발생하는 '○○폰 대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단말기 가격은 법 시행 이전과 별반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통신비 인하는 커녕 오히려 통신비 부담이 늘어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조금 지원 상한제(30만원)로 단말기 보조금이 축소됐지만 그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게 돼 결과적으로 부담을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이 단통법 시행 이후 각종 요금제와 지원금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도 있다.
 
단통법 효과로 번호이동 건수가 눈에 띄게 줄자 통신사들이 비교 우위에 있는 정책으로 경쟁하기보다는 각종 결합 상품으로 '고객 가두기 작전'에 집중해 5:3:2로 상징되는 기존 시장점유율 구도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통 3사의 요금제는 여전히 6만원 이상의 고가 위주로 구성된 것도 문제다.
 
아직도 최신폰을 '싼값'에 장만하려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9만원이 훌쩍 넘는 요금제에 들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삼성전자 등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단말기 출고가를 일부 내리는 움직임도 보였지만 구형·보급형 위주여서 체감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과 참여연대가 지난해 11월 전국 1천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90%가 넘는 응답자들이 통신요금과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을 많이 올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가 요금제에만 보조금의 최대한도가 지급되고 있어 애초 단통법의 취지가 무색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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