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민주당 총재직 사퇴의 의미를 가시화하고 국정운영에 관한 초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조만간 한나라당 이회창,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의 회담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이들 2야 총재와의 회담이 성사될 경우 민주당 총재직 사퇴가 미국의 테러사태 이후 전개되고 있는 국제정세 및 이에 따른 경제상황 악화 등에 대비해 국정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야당측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통령은 또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등 양대 선거를 역대 선거사상 가장 공명정대하게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야당도 정쟁이 아닌 정책으로 집권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9일 “김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전념하고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조만간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한나라당 이 총재 등 야당 수뇌와의 회담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한나라당도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고, 자민련 김 총재는 김 대통령과의 회동 용의를 내비치는 등 회담이 이뤄질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이 총재는 이날 오전 당소속 시도지사 협의회에 참석,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와 관련해 “진정한 국정쇄신의 길로 나서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며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정파적 이해를 떠나 대통령 역할에 전념한다면 적극 도울 것”이라며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협력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자민련 김 총재도 대전일보 창간 51주년 인터뷰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이 현직대통령이 어떤 이유든 한번 만나자고 하면 내가 거절할 이유도 없는 것이 아니냐”면서 김 대통령이 회담을 제의할 경우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김 대통령과 2야 총재간 회담이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회담은 빠르면 이달 중순, 늦으면 월말께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회담 형식은 김 대통령과 2야 총재간 개별회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은 조만간 이만섭 국회의장, 최종영 대법원장을 비롯한 3부요인과 각계 지도자들을 차례로 청와대로 초청, 민주당 총재직 사퇴의 의미 등을 설명하고 경제난 극복 등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을 역설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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