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제목을 보고 혹자는, 글로벌 시대에 살면서 무슨 동네 타령이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은 세계화시대에 동네정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버드대학 교수인 로버트 샘슨(Robert Sampson) 또한 살고 있는 동네가 사람들의 행동과 개인의 후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동네효과(Neighborhood Effect)를 주장한다. 예를 들어 같은 학력 및 소득을 가진 사람이라도 가난한 동네에 사는 경우 부자동네에 사는 것보다 정치참여도나 자기효능감이 낮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한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이다.

글로벌화된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어도 우리가 매일 눈으로 보는 동네, 매일 만나는 사람이 우리의 삶의 질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우리는 동네일에 참여하기를 주저한다. 아마도 해본 적 없는 일에 대한 거리감, 또는 그간 노정된 다양한 폐단으로 인해 생긴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감과 회의, 그로 인한 빈약한 공감대 등이 이유일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동네자치가 답이라는데, 아이러니하게 제주도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인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단층제 행정계층구조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기초의회가 없는 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동네자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시범사업을 실시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첫째, 읍면동 주민참여의 강화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동네의제를 토론하는 동네포럼 등의 다양한 제도를 활성화하고 이를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연계되도록 하는 방안이다.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할 때 이러한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포함되도록 함으로써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 구성을 내실화하고 실질적인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도 조직에 동네자치지원 전담부서를 두고 동네자치위원회를 설치하여 주민자치의 선도적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현재 도에 설치된 자치지원계와 시민참여계의 기능을 통합·조정하여 주민자치 지원에 관한 정책수립과 주민자치지원 예산 책정, 기금 설립 등의 사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째, 자치역량강화를 위한 교육과정의 운영이다. 동네자치의 성패는 지역주민과 리더, 공무원들의 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역량을 기르는 것은 필수적이다. 현재와 같은 1회성 워크숍 방식의 교육방법을 탈피하여,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동네자치의 이론과 실무, 소통과 갈등 관리에 관한 역량을 실질적으로 기르도록 해야 한다. 희망자나 주민자치위원들을 대상으로 하여도 좋고, 거꾸로 일정 시간 이수자들 중에 주민자치위원을 선정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지난달 대통령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에서는 주민중심의 생활·근린자치의 실현과 주민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복지방자치의 구현을 실행과제로 제시하였고, 그 방안의 하나로 읍면동 주민자치회의 도입과 실질적 권한확대 추진계획을 주요내용으로 발표하였다.

'보통자치도'에서도 시행되는 읍면동 주민자치회의 강화를, 특별자치도에서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는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서비스의 공동생산자로서의 협치를 구상해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