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복지혜택 갈수록 커져…"차별 해소해야" vs "선진국 없는 특혜"

은행권의 정규직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만여명이나 늘어났다. 

비정규직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바람직한 추세라는 주장도 있지만, 선진국에도 없는 특혜로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커져 은행의 신규 채용이 줄어든다는 목소리도 있다.  
 
더구나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복지 혜택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2일 금융권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8년 9월 말 9만8천396명이었던 은행권 직원수는 지난해 9월 말 11만5천936명으로 17.8%, 1만7천540명 늘었다. 
 
같은 기간에 은행권의 지점 수는 6천871개에서 6천983개로 거의 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은행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그 동안 은행원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각 은행의 무기계약직이 속속 정규직으로 전환된 영향이 컸다.
 
지점 창구 직원과 단순 사무직이 주를 이루는 무기계약직은 정년과 복지는 정규직과 차이가 별로 없었지만, 호봉과 승진에서 차이가 컸다. 이를 정규직으로 전환함으로써 호봉과 승진에서 차별을 줄인 것이다.
 
우리은행[000030]은 2007년에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3천76명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데 이어, 2013년 다시 443명을 전환해 정규직 전환 인원이 3천519명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2013년 838명의 계약직 창구 직원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국민은행은 지난해 4천100명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이동시켰다.
 
기업은행[024110]은 매년 120명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2008년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무기계약직이 700명에 달하며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외환은행 노사는 2천명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이동시키기로 합의했으며, 하나은행도 1천400명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
 
농협은행도 지난해 50명을 전환하는 등 매년 무기계약직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들 은행의 정규직 전환 인원을 모두 합치면 1만3천명에 이른다.
 
이 같은 대규모 인력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은행권 내부에서는 찬반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노조는 비정규직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에서 은행권이 앞장서서 정규직 전환을 이뤄낸 것은 고용의 질을 높인 대단한 성과라며, 최근 논란을 빚는 외환은행 무기계약직의 전면 정규직 전환에 대해 '즉각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오치화 금융노조 홍보부장은 "은행권의 무기계약직 정규직화는 지난해 산별 교섭에서 노사 간 합의한 사항"이라며 "더구나 외환은행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은 2013년 말에 이미 합의한 만큼 즉각 시행해야 할 것이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융노조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은행 경영진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 있다면 정규직의 지나친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미국에서는 고참 창구 직원도 계약직으로 연봉이 3만달러에 못 미친다"며 "선진국에도 없는 창구 직원의 정규직화는 은행 인건비의 지나친 증가로 이어져 신규채용 여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2013년 국내 은행의 총이익 대비 인건비 비중은 33.1%로, 미국(28.3%), 일본(27.1%)보다 훨씬 높다. 
 
더구나 노조의 강력한 주장으로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복지 혜택이 갈수록 커져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정규직 전환자의 올해 임금 인상률을 4%로 기존 정규직(2%)보다 더 높게 책정했다. 이어 상반기 중 노사가 정규직 전환자의 추가적인 처우 개선을 논의키로 했다. 기업은행 무기계약직의 임금 인상률도 2.4%로 정규직(1.7%)보다 높다. 
 
국민은행은 올해 임금협상에서 정규직 전환자의 무기계약직 시절 경력 인정기간을 늘려 연봉을 실질적으로 올렸다. 우리은행 노조도 정규직 전환자의 처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 무기계약직은 10년 이상 근무해도 연봉이 4천만원대를 벗어나기 힘들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그 이상 연봉이 올라갈 수 있게 됐다"며 "정규직과의 차별이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훨씬 커진 만큼 앞으로도 논란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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