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교수 가독성 조사..."글자 크기 확대 필요"

일반의약품 포장에 용법이나 주의사항 등을 적은 글자 크기가 지나치게 작아 40대 이상에서는 가독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대한보건협회의 학회지 '대한보건연구' 최근호에 따르면 정인숙 부산대 간호대 교수와 이은주 씨는 2013년 20∼79세 일반 성인 4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일반의약품 포장 기재사항의 글자 크기별 가독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뿐만 아니라 편의점 등에서도 살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3종의 포장 기재사항을 각각 6, 8, 10포인트로 작성해 연구 대상자들에게 읽도록 했다. 
 
현행 '의약품 표시 등에 관한 규정'은 의약품의 용기 및 포장에 제품명, 유효기간, 유효성분의 명칭·규격 및 분량,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일반(안전상비)의약품' '오·남용우려의약품' 여부 등을 7포인트 이상의 크기로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외의 글자는 6포인트 이상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 글자 크기가 6포인트일 경우 20∼30대를 제외하고는 가독성 점수가 80점에 크게 못 미쳤다. 가독성 점수는 대상자들이 포장의 기재사항을 찾아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문항을 통해 측정한 것으로, 유럽에서는 80점을 가독성이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글자 크기 6포인트에서 40대의 가독성 점수는 69.6점, 50대는 32.6점, 60대는 42.5점, 70대는 6.7점이었다. 
 
연구팀은 "20∼30대 인구 비율은 전체 성인 인구의 40%에 불과하므로, 6포인트로 기재할 경우 의약품의 사용자 또는 잠재적 사용자의 60% 이상이 의약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자 크기를 8포인트로 키울 경우 기재사항을 정확히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사용자의 비율은 전체 성인의 45%, 10포인트일 경우에는 55% 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글자를 시각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시각적 가독성만 놓고 보면 6포인트일 때는 성인의 65%, 8포인트일 때는 80%, 10포인트일 때는 90% 가량이 글자를 찾아 읽을 수 있었다. 
 
가독성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호도도 글자 크기가 클수록 높아졌다.
 
대상자의 85.6%가 글자 크기 10포인트를 선호했으며, 8포인트와 6포인트를 선호한 응답자는 각각 13.8%, 0.6%에 그쳤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현행 규정상의 글자 크기 6포인트는 노안이 시작되는 40대부터는 적합하지 않아 사용자들이 쉽게 읽고 이해하려면 글자 크기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광고 면적을 일부 줄이고 기재사항의 면적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글자 크기를 어느 정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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