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영 네센엔터테인먼트 대표·경영학 박사·논설위원

   
 
     
 
경제위기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어느덧 많은 기대를 갖고 21세기를 맞이한지 10여년이 훌쩍 지나갔다. 

위기 이후 사람들의 행동양식, 의사결정방식 등이 완전히 뒤바뀌었기 때문에 더욱더 창의와 혁신이 새로운 시대에서 요구된다. 창의와 혁신은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볼 때 나온다. 늘 똑같은 식으로 행동하고, 사고하는 리더에게 게임의 룰을 바꾸는 창조적인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스티브 잡스 등 혁신가들은 관련 짓기, 질문 던지기, 관찰하기, 실험하기, 교류하기 등 5가지 역량이 일반인보다 탁월하다고 한다.

이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 여러 석학들이 혁신가의 습관을 보고 내린 결론이다. 이 혁신가의 DNA는 후천적으로 얻을 수도 있다고 한다. 노력하면 누구나 혁신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혁신가의 DNA나 창의와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비즈니스를 벤치마킹 해보자.

혁신은 새로운 차원이나 프로세스, 혹은 가치를 창조하거나 기업의 기존 자원이나 프로세스, 혹은 가치를 높여주는 모든 것이다. 혁신에는 새롭거나 개선된 제품과 프로세스, 그리고 서비스가 포함된다. 새로운 유통 매커니즘과 대고객 서비스 전력 및 비즈니스 모델들도모두 혁신의 다른 형식이다.

대기업이 거대자본을 무기 삼아 유통업에 대거 진출하면서 많은 소형유통업체들은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그런데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은 일본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소형업체가 있다. '안신야'라는 도쿄의 조그만 과일채소 가게의 연간 매출은 오래 전에 5억엔을 훌쩍 넘었다. 안신야의 성공비결은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가격 정책에 있다. 상품의 20%는 원가 이하, 20%는 원가, 40%는 25%의 마진, 나머지 20%는 40%의 마진을 붙여 각각 판매한다. 비록 마진율은 낮아졌지만 손님은 늘어 매출과 이익이 늘었다. 이런 정책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소형 유통업체의 장점을 살린 것이다. 대형업체는 본사가 일괄적으로 가격을 관리하기 때문에 가격조정이 유연하지 못하지만, 안신야는 시시각각 최저가격을 유지하며 손님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일본의 마쓰시타전기는 1929년 세계대공황 속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매출은 반으로 뚝 떨어졌고, 창고에는 재고품이 넘쳐났다.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종업원을 반으로 줄이야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단 한 사람도 해고하지 않고, 대안을 제시했다. "생산을 반으로 줄여라, 공장은 반일 근무만 해라. 월급은 전액 지급하는 대신 휴일에도 전 사원이 재고품을 팔아라". 종업원들은 사기충천해 열심히 영업에 매진했다. 그 결과 2개월 뒤 재고를 일소하고 전일 생산체제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한 기업에서 영업부 지원자들에게 '스님에게 빗을 팔라'는 다소 황당한 문제를 냈다. 대부분 포기했으나 한 응시자가 1000개를 팔았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유명한 스님께서 계신 암자에 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먼 곳까지 오는 신도들을 위해 부처님의 뜻을 담아 선물을 하나씩 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이 빗에 스님의 필체로 '선을 쌓는 빗' 이라는 뜻의 적선소(積善梳)를 새겨 선물 하십시요. 그러면 더 많은 불자님들이 이 곳을 찾지 않겠습니까" 생각의 틀을 바꾸면 얼마든지 스님에게도 빗을 팔 수 있다. 창의성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노력을 하면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

최근 '창의와 혁신만이 살길'이라는 말이 시사하듯, 개인이나 기업에게 '창의' 와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생존과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할 대상이다.
다가올 미래의 불확실성과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갈 것인가, 아니면 '창의'와 '혁신'을 통해 미래를 리드하고 만들어 갈 것인가는 개인이나 기업이 추진하는 창의와 혁신의 방향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