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가능 기관 2004년 1천311개→2014년 641개
전국 시·군·구 232곳중 55곳에 분만시설 없어
저출산 고령화, 한국경제 잠재성장률 떨어트려

저출산의 영향으로 전국 산부인과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정부 차원의 출산 지원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신생아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산부인과의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는 만큼 정부가 좀 더 강력한 대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분만기관수 갈수록 줄어들어 
 
15일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분만이 가능한 종합병원·병원·의원·조산원 등 의료기관은 전국에 약 641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4년 분만기관이 1천311개에 이르던 것과 비교해 49.9%밖에 되지 않는다. 10년새 반토막이 난 셈이다. 
 
분만기관 수는 2008년(954개)에 1천개 아래로 떨어졌으며 2011년 777개, 2012년 739개, 2013년 699개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전년 대비 감소율은 2011년 3.84%, 2012년 4.89%, 2013년 5.41%, 작년 8.30%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 전국 232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시설이 없어 출산이 어려운 지역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23.7%인 55곳이나 됐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분만 취약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을 실시한 이래로 분만가능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은 2010년 51곳에서 2013년 46곳까지 소폭 줄어들었다가 작년 들어 다시 9곳이 늘어났다.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보면 분만가능 산부인과가 없는 곳은 전남이 10개 시군구로 가장 많았고 경북·경남(각 9곳), 강원(7곳), 전북·충북(각 6곳), 경기·충남(각 3곳), 부산(2곳) 순이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경우 산부인과가 아닌 '여성병원' 등의 간판을 걸고 분만을 돕는 기관이 있을 수도 있어 통계만으로는 확실하지가 않다"면서도 "최근 군 단위 여러 군데에서 산부인과들이 폐업 신고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산부인과 의원의 개업 대비 폐업률은 2013년 223.3%로 외과 등 다른 과목들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1곳이 문을 열면 2군데 이상이 문을 닫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병원에도 시장 논리가 있다. 산부인과 간판을 걸고도 돈을 벌려고 산모를 받지 않고 피부과 같은 다른 과목 진료를 하는 병·의원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또 "산부인과 의사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남자 의사 비율이 낮아지면서 지방에 배치할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감소하는 것도 분만 취약지역이 늘어나는 요인중 하나"라고 말했다. 
 
병역의무 대신 3년간 농어촌 등지에서 공중보건 업무를 하는 공보의는 실제 2009년 5천287명에서 지난해 6월 3천803명으로 28% 감소했다.
 
◇ 신생아수 갈수록 감소 
 
이처럼 산부인과가 줄어드는 것은 의료사고의 위험이 높고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 등 이유가 있지만, 가장 주된 원인은 신생아 수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감소에 따른 출산 인프라 부족은 또다시 출산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출생아 수와 조출생률, 합계출산율이 일제히 하락했던 201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출생 관련한 각종 지표가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최근 통계를 분석해보면 작년들어 10월까지 태어난 아이는 37만1천300명에 불과해 2013년 같은 기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는 출생아 수가 43만6천500명으로 전년대비 9.9%(4만8천100명)이나 감소했으며,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를 말하는 조출생률이 8.6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래 가장 낮았다.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 역시 2013년 1.187명으로 전년보다 0.11명 줄어 '초저출산' 기준선인 1.30명 아래로 내려갔다. 
 
201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71명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OECD 34개국 중 가장 낮다.  
 
한 나라의 인구가 장기간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구 대체 수준 합계출산율(2.1명)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 저출산, 한국경제 '암초'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 사회 곳곳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성장 잠재력을 떨어트린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부터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올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3천69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3.0%다. 이는 인구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비중이지만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런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실질 성장률이 2060년에는 0.8%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돈 버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할 사람은 늘어나다 보니 재정도 견뎌낼 수 없다. 
 
공적연금과 사회보험 등 복지분야 의무지출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9.7%에서 2060년에는 32.5%로 폭증하게 된다.
 
이밖에 수십년 내 국민연금 고갈 및 국가재정 파산까지도 우려된다.
 
인구보건학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고령화 보다는 저출산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고령화는 모든 선진국들이 거쳐가는 하나의 과정이지만, 한국의 저출산 실태는 유례없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200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1·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정책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정부 대책의 효과는 미미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동식 연구위원은 "인구보건학적 측면에서 현재 저출산 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다. 2005년에 잠시 공론화됐던 이민정책을 다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지점까지 왔다"라며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게 하려면 여성복지 정책은 물론 분만 인프라 확충 등 기본적인 부분에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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