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업 혼란·외부 우려 속에도 조별리그 첫 3승에 11년 만의 무실점

▲ 17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호주 경기. 선발출전한 선수들이 경기 시작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력 논란을 딛고 조별리그 전승을 거둔 한국 축구 대표팀의 격렬한 몸부림은 기록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18일 2015 호주 아시안컵 공식 기록을 종합하면 한국은 최종 엔트리 23명 가운데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가 22명에 이른다.
 
골키퍼 정성룡(수원 삼성)만 한번도 출전하지 못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적어도 한 차례 출전 기회를 잡았다. 
 
또 정성룡, 중앙 미드필더 한국영(카타르SC)을 제외하고 21명은 1차례 이상 선발로 출전했다.  
 
지난 10일 오만과의 1차전 선발진 가운데 13일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 선발로 나선 선수는 4명에 불과했다.  
 
센터백 장현수(광저우 푸리), 중앙 미드필더 박주호(마인츠), 기성용(스완지시티), 왼쪽 풀백 김진수(호펜하임)를 제외한 7명이 바뀌었다.
 
쿠웨이트전 선발진 가운데 지난 17일 호주와의 3차전에서 선발 출전하지 못한 이들도 6명에 이르렀다.  
 
기성용, 박주호, 김진수, 센터백 김영권(광저우 헝다), 공격수 이근호(엘 자이시) 등 5명만 다시 선발로 호출됐다. 
 
조별리그 세 경기에 모두 출전한 선수는 장현수, 박주호, 김진수, 기성용, 이정협 등 5명이다.  
 
이들 가운데 세 차례 모두 선발로 나선 선수는 기성용, 박주호, 김진수 세 명뿐이다.  
 
기성용, 김진수는 조별리그에서 270분 풀타임을 소화했고 박주호는 3차전에서 부상 탓에 교체돼 221분을 뛰었다.  
 
사정이 모르는 이들이 보면 감독이 선수들을 테스트중인 것으로 여길수도 있다.
 
경기마다 절반 이상 선발 출전자가 바뀌는 혼란과 경기 내용이 좋지 않다는 논란 속에도 슈틸리케호는 좋은 결과를 냈다.  
 
오만전, 쿠웨이트전, 호주전을 모두 똑같이 1-0으로 마쳐 3득점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이 4개국씩 한 조에 편성돼 조별리그를 치르는 제도가 도입된 1996년 아랍에미리트 대회 이후 3승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별리그 무실점은 요르단에 0-0, 쿠웨이트에 4-0, 아랍에미리트에 2-0을 기록한 2004년 중국 대회 후 11년 만이다. 
 
전열의 도깨비 같은 변화는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따른 부상 속출과 현지의 이상 기후에 따른 컨디션 난조 탓이었다.  
 
오만전에서 오른쪽 풀백 김창수와 오른쪽 윙어 이청용(볼턴)이 다리를 다쳐 재활에 들어갔다.  
 
공격수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오만전을 마친 뒤 감기 몸살로 앓아 누웠다.
 
쿠웨이트전의 전열이 크게 뒤틀리고 나서 호주전에 일부가 복귀하면서 선수단 자체가 변화한 것처럼 비칠 수밖에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의도한 게 아니라 불가항력적인 환경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되풀이되는 불안한 시선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회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악재를 극복해가면서 주전과 백업요원의 경계를 없앨 수 있다는 신념을 굳혀가는 듯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3명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해 누가 나서도 차이가 없도록 선수단을 운영하는 것은 모든 감독의 꿈"이라며 "나도 같은 꿈을 꾸고 있다"고 지론을 소개한 적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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