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어린이재단 공동기획, 단비] 58. 조손가정 승현이네

▲ 승현이가 몸이 불편한 외할아버지에게 안마를 해드리고 있다.
부모 연락두절·우울증
외할아버지가 돌봐와
보조금 의존 생계곤란

올해 열두살 승현이(가명)는 오늘도 꿈 속에서 엄마를 만난 모양이다. 하루종일 풀이 죽어 기운없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외할아버지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는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엄마이지만 그리움과 빈 자리는 점점 커져만 간다.
 
승현이는 외할아버지와 단 둘이 지낸다. 아빠는 승현이가 태어나기 전에 연락이 두절됐다. 엄마는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승현이가 태어나서 얼마되지 않아 극심한 우울증으로 외부와 단절된 상태다.
 
영문도 모른 채 부모 없이 자란 승현이에게 외할아버지는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지만 마음과 달리 현실은 녹록치 않다.
 
20대때 출가한 외할아버지는 5~6년전 주지스님이 됐을 당시 사찰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진 빚을 갚지 못해 법원경매로 사찰이 넘어가면서 결국 절을 나오게 됐다.
 
자신의 삶 전부를 잃은 탓에 외할아버지는 어린 손자를 안고 여기저기 헤매다 지인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작은 원룸을 구해 생활하고 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데다 평생을 절에서 스님으로 지내 먹고 살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 정부보조금에만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사찰을 나온 뒤로부터 건강이 악화돼 어린 손자를 돌보는 일도 예전같지 않은데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축구선수가 꿈인 승현이를 위해 어떠한 지원도 해주지 못하면서 근심이 커지고 있다.
 
승현이 외할아버지는 "나에게 남은 것은 어린 손자가 전부인데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 하나 지키기도 너무 힘들어 앞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후원 및 재능기부 문의=753-3703(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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